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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교류대학 임상실습 소감문 (치바의대 편)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23.09.19 15:06 306

 

 

COVID-19과 관련된 상황이 나아지면서 2022년 10월에 겨우 대한민국과 일본 사이의 여행이 자유로워졌습니다. 인제 의과대학도 이 상황에 맞추어 일본 실습을 갈 학생들을 모집하였고, 치바의과대학에 갈 두 명 중 한 명으로 제가 뽑혔습니다. 그 후 치바 의과대학과의 비대면 면접을 거쳐, 교학부 직원 분과 메일을 주고받으며 필요한 서류들을 2023년 6월까지 틈틈이 챙겼습니다.


처음 치바역의 7번 버스 탑승장에서 3번, 3-1번 버스를 타고 치바대학병원에 도착하면, 메일을 주고 받았던 직원 분이 오셔서 숙소나 병원 안의 길 및 학생증 배부, 보험료, 숙박비 결제 등 기본 안내를 해주십니다. 실습 이외 치바대학 내에서 곤란한 일이 있으면 근무 시간 내에 이메일로 연락을 잘 받아 주시니 이분에게 감사합시다.
먼저 숙소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대학병원을 정면으로 바라보았을 때 오른편에 자전거들이 세워져 있고, 그 쪽에 동인회 약국을 볼 수 있습니다. 그 계단을 바로 내려가면 ‘레지던스 이노하나’라는 1인 1실 숙소가 있습니다. 병원과의 거리는 도보 3분입니다. 병원 안의 길만 익숙하다면 10분 전에 숙소를 출발해도 제때 일정에 맞게 도착할 수 있습니다. 본래 이 숙소는 대한민국의 인턴에 해당하는 초기연수의 분들이 머무는 숙소지만, 외국인 학생들에게도 방을 1박 2000엔에 빌려주고 있었습니다. 치바 의과대학에서 실습을 도는 외국인 학생은 무조건 이곳에서 머물러야 하므로, 각 진료과가 학생을 받을 수 있는 시기와 이곳의 방이 남는 시기의 교집합에서 저희 두 명의 실습 일정이 정해졌습니다.

뇌신경내과, 호흡기내과 실습

저는 2주씩 뇌신경내과(한국에서는 신경과)와 호흡기 내과에서 실습을 돌았습니다. 두 진료과의 실습에 대해 말씀드리자면, 회진, 외래, 검사, 컨퍼런스 참관, 술기 교육, 학생 강의로 구성되었습니다. 따라서 실습을 하는 동안 일본과 한국의 차이점으로 느낀 것을 주로 서술하겠습니다.

일본에서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언어였습니다. 의학 용어를 한자어로만 쓰므로 회진이나 컨퍼런스 때 한자의 발음으로부터 어느 의학용어를 지칭하는지 짐작하는 감이 필요했습니다. 다행히 한자어여도 한국의 의학서적에서 접한 적 있던 단어들이라 낯설지는 않았습니다. 그리고 모르는 부분에 대해 선생님들께 여쭤보면 그 단어가 영어로 무엇인지 잘 알려주셨습니다.

또 특이했던 것은, 대학병원과 그 외 시중병원의 역할이 명확히 나뉘어져 있어서, 대학병원은 정말로 진단이나 치료가 어려운 환자를 위해 기능하고 있었습니다. 가령 제가 뇌신경내과 실습 도중 알게 된 내용으로, 응급이지만 오히려 흔한 뇌졸중환자는 근처의 시중병원인 아오바 병원의 응급실에서 받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루게릭병 환자의 의료연락(전달체계)에 대해 뇌신경내과에서 국립치바동병원과 컨퍼런스를 여는 등, 다른 병원들과 환자 분류 및 전원에 대해 협력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치바대학병원도 뇌신경외과에서 뇌혈관 환자를 보지만, 뇌신경내과는 뇌혈관 환자를 받지 않는 대신 말초신경질환을 앓는 환자들의 병을 감별하는데 전문성을 지녔습니다. 저의 뇌신경내과 실습을 맡아 주신 스이치 토모키 선생님께서 말씀하시길, POEMS 증후군은 주로 하지의 저림, 더 나아가 손 저림이나 호흡곤란이 있으면서 흉수와 복수가 차는 증후군으로 일본에서는 400명의 환자가 있다고 합니다. 그 중 60명의 환자를 치바대학병원에서 맡고 있다고 하니, 일본 전체 인구가 1억 2천만 명 정도에 치바 현의 인구가 620만 명 정도인 걸 생각하면, 대학병원임을 감안해도 이곳의 뇌신경내과가 특화된 면이 있음을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컨퍼런스 때도 Krabbe 병이나 Paramyotonia congenita 등 희귀한 질환들이 자주 언급되었습니다.

호흡기 내과 실습 도중 COPD 급성 악화 환자를 보기 위해 응급실에 내려갔을 때 응급실의 입원실은 거의 차 있었지만, 처음 환자를 눕히는 관찰실에는 그 환자 이외 다른 환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직접 후기연수의(한국의 레지던트)에게 여쭤봤을 때 응급환자 운송 단계에서 대학병원 응급실은 중증도가 받쳐주지 않으면 후순위에 속한다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술기 실습을 할 때 모형들이 상당히 실감나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치바대학병원의 East wing 1층에는 Chiba Clinical Skill Center(이하 CCSC)가 있어서 이곳에서 학생들이 교수님이나 전공의들의 도움을 받아 술기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의 예약 스케쥴 표에서 여러 방의 수업 계획이 표시되어 있었습니다. 
저는 뇌신경내과에서는 요추 천자를 해보았고, 호흡기내과에서는 흉수 천자와 동맥혈 채혈을 해보았습니다. 요추 천자는 주사기를 모형의 척추 사이로 찌르고, 척수관에 도달하면, 다른 관과 연결해 압력을 재고, 뇌척수액을 받아오는 과정을 재현했습니다. 흉수 천자는 초음파를 모형의 늑골 사이 공간에 대어 흉수가 낮은 에코음영으로 보이는 걸 파악하고, 늑골의 윗 경계의 위로 주삿바늘을 찔러 흉막이 느껴지면 그곳에 리도카인을 넣은 후 다시 카테터를 찔러 흉수를 빼 보는 과정을 모형으로 재현했습니다. 그리고 동맥혈 채혈 모형도 알렌 테스트로 양쪽 동맥을 누르면 불이 들어오고, 한 쪽을 풀면 불이 사라지는 것으로 표현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치바대학병원의 의국은 각 진료과마다 교수님이 단 한 분 계셔서, 2주에 한 번씩 컨퍼런스를 통해 선생님들이 각자 담당하는 환자의 경과 및 치료를 보고하고 이에 대해 교수님께서 피드백을 주신 후 의국원 모두와 실습 학생들이 함께 교수님과 회진을 도는 시간이 있습니다. 한국과 사뭇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도 있겠습니다.

실습과 별개로 치바 의과대학 학생들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한국과 일본의 의대 교육 과정, 국시 일정, 해부 실습 이야기, 자취 생활, 앞으로 지원할 병원 등등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그 제도의 차이는 있더라도, 거기에 대응하여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은 서로 비슷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치바에서 도쿄까지는 편도 한 시간 반 정도 걸리므로 주말에 나들이를 나가볼 수 있습니다. 저는 오락실을 둘러보기 좋아하여 이에 맞춰 계획을 세웠는데, 또 다른 취미가 있으신 분은 각자의 개성에 맞게 계획을 세워보는 재미가 있겠습니다. 치바에서 유명한 곳으로는 도쿄 디즈니 랜드, 나리타산의 신쇼지와 오모테산도가 있으니 한 번쯤 들르는 것을 권합니다. 이동할 때는 구글 지도에서 경로 검색을 하면 비용과 소요 시간 견적을 잡을 수 있습니다.

정리하자면, 저는 이번 실습을 통해 한국과 일본의 임상 현장의 분위기가 어떻게 차이가 있는지 간략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마 일본어의 실력에 비례하여 얻어갈 수 있는 것이 더욱 많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실습만이 아니라 예상치 못한 만남과 인연들도 기억에 많이 남았습니다. 저희 후배들도 새로운 경험을 통해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를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긴 기간 동안 해외에서 실습을 할 기회를 주신 윤보영 교수님과 학장님, 그리고 치바대학병원 교수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많은 절차를 도와주신 인제 의과대학 행정실 선생님과 치바 의과대학 교학부 선생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의학과 4학년 정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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