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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규슈의대 해부실습 체험수기 2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24.02.22 16:45 207

 

 

1. 해부학 실습의 지원 동기
예과 2학년 과정에서 해부학을 이수하였지만, 골반이나 얼굴 쪽의 복잡한 구조들에 대해서는 자세한 해부실습 없이 교과서로 공부를 하였습니다. 과정을 마치고 난 후 이론적으로 구조물에 대해 설명할 수는 있었지만, 실제로 입체적으로 본 적은 없어 애매모호한 느낌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본과 진입 후 임상 공부를 하면서 해부학적 구조에 대한 기초 지식이 무척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느끼던 와중, 일본 의대의 해부학 실습 참여 기회는 저에게 매력적으로 느껴져 해당 프로그램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 규슈의대 소개 
우리나라에 빅5 대학 병원이 있듯, 일본에는 구제국 7대학이 존재합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빅5는 서울대학교를 제외하면 모두 사립대학교인 반면, 일본의 구제국 7대학은 모두 국공립 대학교 입니다. 구제국 7대학 중 하나인 규슈의대는 그만큼 규슈 지역 전반의 핵심 의료시설으로서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으며, 일본 내 위상도 상당히 높은 대학교입니다. 규슈 대학병원 캠퍼스에는 의과대학을 포함하여 치의학, 간호학, 약학과, 생물학과가 있습니다. 
또한, 규슈의대에는 ‘시라기쿠카이(Shiragiku-kai)’ 라는 연합이 존재합니다. 이 연합은 유능한 의사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카데바를 기증할 예정이거나 기증을 이미 마친 기증자들에 대한 존중심을 표하고, 그들에 대한 감사함을 표하기 위한 연합입니다. 이 연합에는 기증자들의 가족들까지 가입되어 있어 그들의 슬픔을 나누고, 위로하기도 합니다. 병원 캠퍼스의 한쪽에 그들을 위한 동상이 설립되어 있습니다.

3. 일본과 한국 - 해부학에 대한 접근의 차이

일본 의과대학에서는 한국보다 해부를 더 심층적으로 진행한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제가 경험한 그 깊이의 차이는 훨씬 더 컸습니다. 한국의 해부학 교실과의 큰 차이점을 네가지 정도로 요약해보겠습니다. 

3-1) 핵심 장기의 보존 
한국에서는 심장, 폐, 두뇌, 식도, 기도, 소화기관 등의 핵심 장기를 당일 해부가 끝나고 다시 카데바 체내에 넣어 보관을 했다면, 규슈대학 해부학 교실에서는 장기들에 대한 해부가 끝나면 별도의 봉투에 밀봉하여 에탄올 보존액에 넣어 보관을 합니다. 이러한 진행 방식으로 인해, 장기에 가려진 내부 구조를 보기 위해 매번 장기를 옮겨야하는 번거로움을 덜 수 있으며, 장기의 보존 수준도 높일 수 있습니다. 또한, 카데바의 보존상태가 우수하여 원활한 해부가 가능하였으며, 포르말린 냄새도 덜 났던것 같습다. 마지막으로 매 해부수업이 끝나면 학생들 스스로 카데바를 정리하며 카데바에 에탄올을 부워 보관하는데, 역시 이 때문인지 학기말임에도 불구하고 카데바가 마르지 않고 촉촉하게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 진정승??

3-2) 해부학 실습의 깊이
일본에서는 얼굴의 골격, 척추, 골반뼈, 샅굴부위 등 체내의 거의 모든 부위에 대해 샅샅이 해부를 진행합니다. 해당 실습을 진행하며 예과와 본과 동안 지겹도록 배웠던 (부)비강의 구조, 눈확의 구조, 안구의 내부 구조, 외이도 중이도 내이도의 구조, 골반뼈의 입체적 구조, 골반 내장의 분포, 샅굴 부위의 층별 근육 분포를 모두 실제 눈으로 확인하고 만져볼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간단히 넘어가고 교과서로 익혔던 구조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실제로 확인하며 신기해 했던 경험은 잊을 수 없습니다. 물론 교과서와 수업내용으로 여럼풋이 어떻게 생겼는지는 알고 있었지만, 해부학기에도 그랬듯, 실제 눈으로 확인하니 더 잘 와닿았고, 머리 속으로 입체적인 구조를 더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3-3) 카데바 공여자의 사인에 대한 공부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었던 부분입니다. 한국에서는 카데바의 사인에 대해 알 수 있는 정보가 없었던 반면, 일본에서는 모든 카데바의 사인을 학생들에게 알려주고, 해부를 진행하다가 관련된 구조물이 나오면 교수님들께서 추가적으로 알려주시거나, 학생들이 알아오곤 합니다. 또한 사인과 관련된 것이 아니더라도, 생전에 받으셨던 수술이나 앓으셨던 병력과 관련된 구조물이 나오면, 해당 부위를 해부하여 구조물을 찾아냅니다. 예를 들어 저희 조의 카데바의 경우 인공 고관절 수술을 하셨던 분이고, 인공 관절에 대한 감염으로 돌아가셨다고 들었습니다. 일본에서는 고관절 부위도 해부하기 때문에, 인공 고관절을 카데바로부터 분리하여 그 구조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조의 경우 경피적 대동맥 판막 치환술(TAVI)을 생전에 받으셨던 카데바가 있었는데, 심장 해부를 통해 직접 tavi를 분리하여 볼 수 있었습니다. (여담으로, 한국에서는 TAVI를 본과에 들어오고 나서야 배웠던 것 같은데, 일본 학생들은 예과 때 이미 알고있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또한 폐암 등의 암으로 돌아가신 카데바의 경우 악성 흉수, 섬유화 등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생이 보기에 비정상적인 구조물이 있더라도, 카데바의 사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해당 부분을 더 공부하거나, 알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모든 카데바에 대한 사인이 제공되고, 실제 해부를 하다가 연관된 부분이 나오면 추가적으로 해부를 해볼 수 있는 경험이 무척이나 신기하고, 유익했습니다. 

3-4) 해부학 교실의 진행 방식
일본에서는 매 수업 시작 전에 해당 단원에 대한 발표를 맡은 학생들이 3~4명 씩 나와 당일 해부할 구조에 대한 프리뷰를 진행하고, 교수님께서 추가적으로 설명을 해주십니다. 또한, 한 카데바당 4명의 학생이 투입되며, 특이한 것은 상지와 하지 팀을 2명씩 분리하여 진행합니다. 
과정 중반부에 한번 팀을 교체하여 진행하고, ‘상호학습’ 시간에 상지는 하지 팀에게, 하지는 상지 팀에게 그동안 해부를 했던 내용들을 서로 가르쳐주고 학습해주는 시간을 가집니다. 제가 느끼기에 규슈 의과대학은 상호 학습을 중요한 가치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실제로 의과대학 도서관의 1층에 있는 가장 큰 학습 공간도 ‘상호학습실’ 이었습니다. 학생들 끼리 가르쳐주는 시간 이외에도, 하루는 병원에 실제로 근무 중이신 다른 의료진들 (물리치료사, 간호사, 임상병리사 등등) 이 해부학 교실에 방문하여 의과대학 학생들과 카데바를 보며 공부하는 시간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학생들만 카데바를 공부하지만, 실제 근무 중인 의료진들도 카데바를 보며 같이 공부 할 수 있는 일본의 시스템은 우수하다고 생각했습니다. 

4. 일본에서의 생활, 문화 체험 

4-1) 대중교통 이용, 이동수단
저는 이번 기회에 일본을 처음 가보는 것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낯설고 신기했습니다. 무턱대고 한국과 비슷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한국과 상당히 큰 차이가 있음을 알게되었습니다. 
호텔에서 학교까지 대부분 대중교통을 타고 이동하는데, 미래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될 후배님들께서는 기본적인 대중교통 이용법 정도는 익혀두고 가시면 훨씬 수월하게 일본 생활이 가능할거라 생각합니다. 또, 일본에서는 자전거 이용이 보편적이고 활성화 되어 있기 때문에 거리가 그리 멀지 않다면 오히려 자전거 이용이 대중교통 이용보다 훨씬 편한 경우가 많습니다. 
다만 빌리는 방법이 처음에는 까다롭게 느껴질 수도 있고, 요금도 비싼편이다 보니 잘 알아보시고 이용하시면 좋을 듯 합니다. 후쿠오카 중심 권역에는 ‘Chari Chari’ 라는 플랫폼이 가장 많이 활성화 되어있고, 현지인들도 가장 많이 사용하는 플랫폼입니다. 일본 여행에서 자전거는 여행객 입장에서 가장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교통수단이라 느꼈습니다. 해부학 수업이 없는 날이면 자전거 한 대 빌려서 후쿠오카 주변 권역이나 거리 구석구석을 누비며 다닌 기억이 있습니다. 

4-2) 대인관계, 일본인 친구 만들기
제가 일본에 가기 전 세워뒀던 제 1의 버킷리스트는 ’일본인 친구들과 축구하기‘ 였습니다. 축구를 좋아해서 규슈 의대의 축구부 친구들과 친해지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일본 대학교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이며, 대부분 선호하는 생활 스포츠 하나씩은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같은 취미를 공유하는 일본인 친구를 안다면 친해지기 쉬울 것입니다. 저에게는 그것이 축구였고, 결국 같이 축구를 했던 친구끼리 가장 친해진 것 같습니다. 일본인 친구들은 한국 학생들 보다 기본적으로 대인관계에 있어서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좋게 말하면 개인의 영역을 존중해주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2주라는 짧은 실습기간 동안 친해지기란 무척 어렵습니다. 저의 경우도 첫 3~4일 동안은 한국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에 잘 적응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들 역시 한국 학생들이 많이 궁금하고, 같이 시간을 보내고 싶어하는 학생들도 많기 때문에 조금 더 적극적으로 약속을 잡거나 말을 걸어보아도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부담스럽지 않고 가볍게, “오늘 저녁에 뭐해? 스케쥴 있어? 주말엔 뭐해?” 등의 질문으로 먼저 다가가는 노력을 한다면, 2주는 소중한 친구를 사귀기에 충분한 시간일 것입니다!
 
4-3) 끼니해결, 둘러볼만 한 곳
해부학 실습은 보통 아침 9시 또는 오후 1시에 시작됩니다. 캠퍼스 내에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첫번째는 간단히 교내의 편의점을 이용하는 방법이고, 두번째는 교내 식당을 이용하는 방식입니다. 시간이 없다면 첫번째 방법을, 수업 전후로 시간이 조금 있다면 두번째 방법을 추천합니다. 저는 교내식당의 이용방법이 조금 낯설어 친해진 일본인 친구에게 부탁하여 이용 방법을 안내받았습니다. 그 이후로는 익숙해져 스스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주말에는 해부학 수업이 없었기 때문에 후쿠오카 중심 권역에서 벗어나 조금 한적한 곳으로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저는 일본인 친구들과 ‘다자이후텐만구’를 다녀왔습니다. 다자이후텐만구는 학문의 신을 모셔놓은 신사로, 일본에서 대학입시 시험 기간이 되면 전국의 수험생들이 방문하는 명소입니다. 일본인 친구들도 비교적 최근까지 수험생이었기 때문에, 모두들 다자이후를 잘 알고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저는 일본인 친구의 자가용을 빌려타 이동하였지만, 일본은 도심 외곽으로 이동하는 열차가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열차로도 쉬운 이동이 가능할 것입니다. 다자이후 이외에도 나가사키, 벳푸 등의 지역도 시간이 되면 방문해보시길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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