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김주영access_time 2025.02.04 11:49visibility 405
1. 지원 동기
예과 2학년 때 해부 실습을 돌이켜보면 거의 이론학습과 실습을 동시에 했었기에 스스로 아쉬웠던 몇몇 부분이 있었습니다. 따라서 이번 실습을 통해 시간과 체력의 부족으로 인해 실습 때 이해가 부족했던 부분이나 그때는 간과하고 넘어가 애매했던 부분들을 채워 넣고 싶었습니다. 또한 한국과 일본은 의료 시스템과 문화적 배경이 다르기 때문에 일본의 의학 교육과정과 실습 방식을 경험함으로써 학문적, 문화적인 시야를 넓히고 싶은 마음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2. 규슈대학교 의과대학
2-1. 실습동
해부실습을 진행하는 건물로 규슈 대학에서의 대부분의 시간을 이곳에서 보냅니다.
2-2. 도서관
규슈의대의 도서관은 입구에서 몇가지 서류를 작성하면 들어갈 수 있습니다. 원래는 입출입 카드를 주셨다고 했는데, 저희 때는 신분증만 가지고 가서 해외 의대에서 왔다고 하면 간단한 서류를 작성하고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안에는 책을 보관하는 곳과 자습할 수 있는 공간이 있는데 넓고 쾌적해서 시간이 남으시는 분들은 여기에서 시간을 보내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특히 규슈 대학은 원래 제국대학이었기 때문에 엄청 오래된 의학 자료들이 많이 보관되어 있습니다. 꼭 한번쯤 방문하시어 1800년대 작성된 해부일지와 논문 같은 자료들을 보고 오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2-3. 학교식당
학교식당은 실습 동 안에 있으며 오후 실습 전 시간이 애매할 때 많이 이용했던 곳입니다. 자기가 먹고 싶은 메뉴를 들고 카운터에 가서 계산하면 되는 구조입니다. 메뉴가 다양하고 가격도 적당해서 한번쯤 와서 드셔 봐도 좋을 것 같습니다.
3. 해부 실습
3-1. 해부 시작 전
일본의 해부실습은 한국과 비슷하면서도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제일 큰 장점은 해부실습 시 필요한 준비물들을 일회용으로 학교에서 제공해준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습에 필요한 앞치마, 장화, 팔 토시 등을 일회용으로 실습 때마다 새로 제공해주어서 쾌적하게 실습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는 본격적으로 해부실습을 시작하기 전 몇몇 그룹의 학생이 앞에 나와서 당일 실습에 대한 발표를 진행합니다. 일본어였기 때문에 다 알아듣지는 못하였지만 구조물과 해부 방법에 대한 것을 ppt와 함께 간략하게 설명해줍니다. 이후 학생의 발표가 끝나면 교수님들께서 발표에 대한 보충설명과 해부할 구조물과 관련된 임상적인 부분들을 설명해 주시는데, 동영상을 통해 눈 사시 수술 같은 임상적인 부분을 보고 해부에 들어가니 어떤 식으로 구조물을 확인해봐야 할 지 더욱 명확하게 머릿속에 그려졌던 것 같습니다.
이후 묵념을 하고 해부를 시작하는데, 규슈 의대는 한 학년이 150명 정도 되고 24개의 조로 나뉘어 각 조에 4명씩 실습을 하게 됩니다. 한국과 다르게 각 조의 인원을 2명은 상반신 다른 2명은 하반신 파트로 나누어 동시에 해부를 진행합니다. 저는 상반신 파트를 진행하였었는데, 일본에서는 머리부분의 sagittal plane을 확인하기에 한국 실습에서 자세하게 보지 못했던 부비동과 귀 속 부분 눈의 뒷부분 등을 자세히 볼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상반신 파트를 추천 드립니다.
3-2. 해부 중
실습을 하면서 느낀 일본의 해부 방식은 한국과 약간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대부분의 구조물들을 보존하면서 실습을 진행하기에 신경과 혈관의 주행, 근육의 부착부위 등을 확인하면서 구조물 들을 파악해 나갔지만, 일본은 웬만한 근육과 신경, 혈관을 보존하지 않고 제거하여 깊숙히 있는 각 장기의 구조물을 하나하나 디테일 하게 확인하는 느낌입니다. 특히 일본에서는 고관절, 어깨 관절, 허리부분을 절단하고, 해부가 끝난 핵심 장기들을 카데바 속에 넣어 보관하는 것이 아닌 따로 밀폐용기에 알콜과 함께 보관합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이후 다른 부분을 해부할 때, 혈관과 신경의 상대적인 주행을 보고 구조물을 찾기는 어려웠지만 카데바의 자세를 바꾸거나 장기를 옮기는 것은 더욱 용이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해부실습을 하기 전에 미리 동영상을 통해 예습을 하고 아틀라스 어플을 이용해서 해부를 진행하지만, 일본에서는 교과서와 종이로 된 아틀라스를 주로 사용합니다. 교과서에는 각 구조물을 확인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상세하게 설명이 되어있어, 일본 학생들은 대부분의 해부를 글을 읽으면서 해부를 진행하고 글로만은 이해가 어려운 부분은 아틀라스 책을 이용하여 구조물을 확인합니다.
앞서 일본의 해부 조는 상반신 팀과 하반신 팀을 나누어서 해부를 진행한다고 언급하였었는데, 일주일 정도마다 한번씩 있는 상호학습 시간에 서로 해부했던 것을 교류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상호학습시간에는 같은 조나 다른 조를 돌아다니면서 상반신 팀은 하반신 부분을 하반신 팀은 상반신 부분을 서로 설명하고 체크리스트를 확인합니다. 단순히 구조물을 찾았는 지만 체크하는 것이 아닌 조에 각 파트별로 한 명씩 남아 자신이 해부했던 것들에 대해 직접 설명하고 질문도 받는 시스템이 해부학 학습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인상깊었습니다. 또한 상호학습 시간에는 의과대학 학생들이 아닌 다른 의료관련 학과 학생들이 견학을 올 수 있는데, 저희 때는 일본 한의대? 학생들이 왔었습니다. 이때 교수님께서 일괄적으로 설명을 하는 것이 아닌 의과대학 학생들이 각 조에서 자신이 해부했던 것을 바탕을 직접 설명을 해주는 방식이 인상깊었습니다. 막힘 없이 술술 설명해주는 저희 조원을 보면서 이를 위해서는 확실한 공부와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 함을 느꼈습니다.
일본에서는 해부할 때 원하는 사람이 노래를 틀고 실습을 진행합니다. 가끔씩 k-pop도 나오니 당황하지 마시고 더욱 힘내서 해부하시면 됩니다.
3-3. 해부 종료 후
해부 종료 후 주요 장기들을 밀폐 봉투에 담아 알콜과 함께 보관하고 카데바 위에 수건을 덮고 알코을 부어 마무리 하면 됩니다. 이후 메스와 같은 해부 도구들은 씻어서 바구니에 같이 두면 되고 앞치마나 토시 같은 일회용품은 버리면 종료입니다. 카데바에 알콜을 부어서 보관하기에 포르말린 냄새도 별로 안 나고 카데바가 항상 촉촉하게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따라서 해부실습이라고 따로 옷을 챙길 필요는 없고 평상복을 입고 가도 충분합니다. 심지어 헤어캡도 있어서 실습 끝나고 바로 활동을 해도 될 정도입니다.
해부 실습이 종료 되면 일본 학생들은 그 시간에 확인 했던 구조물 체크리스트를 채우고 해부 소감을 조별로 짧게 발표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일본 학교는 실습에서 서로 의견을 교류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24개의 조 중 반절만 발표하고 나머지는 먼저 교실로 돌아가기에 앞줄 또는 뒷줄이 우루루 나간다고 당황하지 말고 다른 조원들이 남아있는지 보고 함께 행동하면 됩니다.
4. 일본 생활/문화
4-1. 대인관계
일본어를 거의 할 줄 몰랐기 때문에 일본 친구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걱정했는데, 진짜 쓸데없는 걱정이었습니다. 일본학생들도 영어를 엄청 잘하기 때문에 영어와 눈치만으로 충분히 서로 친해질 수 있습니다. 특히 일본 학생들이 한국 넷플릭스의 드라마를 즐겨봐서 그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며 쉽게 친해질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일본 학생들도 학생들과 친해지고 싶은 마음이 있기에 소극적으로 행동하기 보다는 먼저 밥 먹자고 한다던가, 주말에 무엇을 하는지 물어보는 식으로 먼저 다가간다면 더욱 빠르게 친해질 수 있습니다. 이때 일본 학생들은 대부분 학교가 끝나면 아르바이트와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기에 미리 실습 하면서나 라인 등으로 미리 약속을 잡아두는 것이 좋습니다. 조원 친구들 과의 교류를 통해 한국과 일본의 문화가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많은 차이가 있음을 배웠고,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나 의학적 차이에 대한 시야가 훨씬 넓어질 수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못해도 일본 학생들과 친해지는 것에는 아무 문제가 없지만, 일본어를 알면 알수록 더욱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사실입니다. 실습을 오시기 전에 기본 회화라도 배워서 오면 교류할 때 훨씬 도움이 되고 일본 친구들도 좋아합니다.
제 조원 중에 차를 가지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근처 마을로 굴을 먹으러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
4-2. 대중교통
보통 호텔이 학교와 멀리 떨어져 있기 때문에 대중교통의 이용은 필수적입니다. 지하철, 버스를 이용하는 것도 좋지만 저는 자전거를 이용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자전거 도로가 잘 되어있고 하카타 역 쪽에 숙소를 잡으면 학교나 놀거리가 많은 텐진까지 자전거로 10-20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습니다. 특히 후쿠오카 공유바이크 서비스인 chari-chari를 굉장히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후쿠오카를 거닐다 보면 빨간색으로 칠해진 자전거가 곳곳에 놓여있는 것을 볼 수 있는데 그것이 chari-chari 입니다. 1분당 7엔 정도의 싼 가격이기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싼 지하철, 버스 보다는 항상 이 서비스를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휴대폰 번호인증을 받아야 하니 필요할 것 같은 분들은 한국에서 미리 어플을 다운받아 인증을 해두고 가시는 게 좋습니다.
4-3. 근처 가 볼만한 곳
해부실습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기에 주변에 갈만한 곳들을 미리 계획하고 오시는 것이 좋습니다. 보통 하카타역, 캐널시티, 텐진역 쪽에서 맛집 탐방을 하거나 소품샵 같은 곳을 가서 쇼핑을 많이 하는 것 같습니다. 또한 주말에는 실습이 아예 없기에 유후인이나 벳푸와 같은 온천 명소를 미리 예약해 1박2일로 갔다 오는 것도 추천합니다. 만약 멀리 가는 것이 번거로우시면 텐진역 근처의 나미하노유 온천을 방문해 보시는 것도 좋습니다.
5. 마지막으로
이번 일본 해부 실습은 누군가 저에게 다시 돌아가도 참여할 것이냐고 물어보면 무조건 그렇다고 외칠만큼 좋은 기회였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새로운 환경에 던져진다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그것을 훨씬 뛰어넘을 만큼 좋은 경험과 기억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해부실습의 학문적인 부분을 주저하시는 분들과 외국어 실력에 자신이 없으신 분들도 전혀 걱정할 필요 없으니 부담 없이 지원해서 외국학생들과 교류해보는 것을 추천 드립니다. 마지막으로 이런 의미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신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님, 관계자 분들과 규슈 의과대학, 2주동안 함께 했던 우리 조원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1. 진행과정
7월 정도에 규슈의대에 교환 실습을 가게 될 학생을 의과대학 홈페이지에서 공개적으로 모집합니다. 교수님과 간단한 면접을 통해 선발된 인원이 실습에 참여할 수 있으며, 2주 동안 규슈의대 학생들과 함께 해부 실습을 진행합니다. 이번 실습의 경우 공식적으로 2024년 1월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후쿠오카에 머물렀으며 그중 5일을 규슈의대 학생과 함께 해부 실습수업을 들었습니다.
처음 등교한 날 규슈의대 교수님과 간단한 인사 후 바로 해부실습실로 이동합니다. 우리 학교의 해부시스템과 상당 부분 유사하게 진행되며, 각각의 조마다 한 명씩 배정되어 그 조 학생들과 함께 카데바를 해부합니다. 24년 초 기준으로는 각 조당 4명, 28개의 조가 있었으며 우리 학교 실습 인원이 5명이었으므로 5개의 조에 한 명씩 배정되었습니다. (추후 조원에게 물어보니 조 배정은 랜덤으로 학생 배정은 제비뽑기를 통해 순서대로 뽑아간다고 합니다!) 해부 내용 대부분은 움생뇌를 하면서 이미 학습하였기 때문에 간단하게 복습만 하고 가시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간 2주 동안에는 얼굴의 동맥, 비강, 안구 구조를 해부하여 관찰하였습니다.) 각 조에 배정된 뒤 2시간 반 동안 해부를 진행하는데, 첫날은 조원들과 간단한 인사 정도 나누고 조원 중 의사소통이 가장 원활한 한 친구(일본어를 못하면 영어를 잘하는 학생)와 같이 해부를 합니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4인 1조의 구조에서 2명씩 세부적인 조를 또 나누어 상체와 하체를 나누어 담당하게 됩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체를 담당하였습니다.) 이렇게 총 5일 동안 (2024년 기준) 해부를 끝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합니다.
2.소감
학교에 입학한 뒤 가장 인상깊었던 기억을 꼽으라고 한다면 졸업 때까지도 항상 이 실습 경험을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2주라는 짧은 시간에도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왔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여행 간 나라가 일본이었기 때문에 일본 문화에 익숙한 상태였는데, 실제 일본인들과의 인연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먼저, 해부 과정에서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해부 학습 방식에서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움생뇌 해부 수업 당시 우리의 해부 수업에서는 구조물의 전체적인 주행 경로와 온전한 형태 자체를 구별하여 관찰하는 것이 해부의 첫 목적이었는데, 일본의 해부 수업은 대부분의 장기를 다양한 절단면에 따라서 절단 후 관찰하기 때문에 장기들의 내부 구조를 관찰하기가 매우 용이하였습니다. 특히 우리 해부과정에서는 정확하게 관찰할 수 없었던 비강의 구조 (nasal conchea)라던지 귀의 내부 구조, 안구까지 모두 적출하여 절단면 기준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교과서상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내부 구조들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수업 자체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해부를 시작하기 전 특정 조를 배정하여 해부 구조물에 대하여 발표를 한 뒤 교수님께서 첨언해주는 방식으로 해부가 진행되었고, 상호학습이라는 교육과정을 통해 해부학을 공부하는 타과 학생들에게 직접 해부한 구조물들을 설명하는 시간이 정기적으로 존재하였습니다. 학습에 있어 학생들이 스스로 본인의 지식을 정리하고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풍부하여 실습 경험과 이론 공부의 괴리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도 다양한 해부 방법을 도입하고 경쟁적 시험 이외의 본인의 학습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아틀라스와 해부 지침서로 거의 모든 해부를 진행하기에 우리나라에서 어플이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부를 학습하는 과정은 잘 정착되었다고 느꼈습니다. (해부 어플 깔아서 같이 해부하면 같은 조 학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일본 학생들의 생활방식과 문화에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매체를 통해서만 일본을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질서정연하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가득한 학생들을 보고 개인적으로 많은 반성을 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타인의 생활과 개성을 존중하며 조화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개인과 개인을 우열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로 생각하는 사고관이 기저에 존재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가끔 남들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에 바쁜데, 남에게 항상 경청하고 진심으로 반응해주는 것이 일본에서 흔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일본의 교육 시스템과 학생들의 학습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르지 않아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의과대학 학생으로서 재학 중인 타국의 의과대 학생과 함께 수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경험으로 가득한 2주였습니다.
3. 실습을 떠나실 후배님들께 남기는 조언
위에서 언급하였던 실습 과정들 잘 숙지하여 가시면 빠르게 생활에 적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가 규슈의대 학생에게 있어 방문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주간 타 국가의 의대 학생들처럼 사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문화와 관습보다는 해당 학생들의 성향과 질서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 상호호혜적인 관계 형성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어를 조금 더 공부해서 현지 학생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눠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혹시 가시게 된다면 기초적인 회화나 의사 표현 문장들은 외워가시면 일본 친구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또한 케이팝이나 한국 음식 (김, 허니버터아몬드)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대부분이니 간단한 선물로 준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는 일은 단순히 두 사람의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서로의 구름과 빛과 시간을 서로에게 매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시의 구절과 같이 규슈의대 학생들과 함께 실습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타인을 대하는 그들의 생각과 질서를 배울 수 있었고, 우리나라보다 조금은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시간 속에서 삶의 의미와 여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현재 전공과 관련한 학습까지도 필수적이기에 학습의 외연을 넓힐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교수님과 학교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저는 예과 2학년 2학기 해부 실습을 하며 큰 흥미를 느꼈습니다. 인체 생리를 담당하는 구조물을 직접 찾아내고 확인하는 과정이 와 닿았고, 기억에도 오래 남아 더욱 재미있었습니다. 그렇게 카데바 실습의 소중함을 깊이 깨닫던 중, 항상 아쉬웠던 점은 실습 시간이 한정적이라 세부적인 부분이나 얼굴, 골반과 같은 복잡한 부위를 충분히 탐구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규슈 의대의 해부 실습 프로그램 공지가 올라왔을 때, 해부 실습을 더욱 심도 있게 경험할 기회라는 생각에 망설임 없이 지원했습니다. 우리나라와는 다른 외국 의대의 학습 체계를 경험하고, 일본인 친구들과 교류하며 해부 실습을 진행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 실습을 떠나기 전까지 설레는 마음이 컸습니다.
일본 규슈 의대 해부 실습 과정
실습은 1월 5일부터 1월 18일까지 2주간 진행되었으며, 실제로 해부 실습에 참여한 날은 7일, 10일, 14일, 15일 총 4번이었습니다. 하루 실습은 오전(9:00-12:00) 또는 오후(13:00-16:20) 세션으로 나뉘어 진행되었습니다. 숙소는 직접 마련해야 했기에 나카츠카와바타역 근처에서 도보 15분 거리에 있는 에어비앤비를 3명이 함께 이용했습니다. 숙소에서 학교까지 걸어서 30분, 번화가인 텐진역까지는 20분 정도로 접근성이 좋아 만족스러웠습니다. 이후 일본 친구들에게 들은 이야기로는 나카츠카와바타 인근이 유흥가가 많아 밤에는 다소 위험할 수 있다고 했지만 생활해보니 일부 거리를 제외하면 비교적 안전했던 것 같습니다.
1월 6일 실습 첫날, 석대현 교수님께서 직접 가이드를 해주셔서 규슈 의대와 부속 병원의 곳곳을 둘러볼 수 있었습니다. 학교는 병원과 함께 평지에 위치해 있었고, 전체적으로 넓고 깔끔한 인상이었습니다.
오후 실습이 시작되면서 실습실에 들어섰는데, 우리 학교의 지하 실습실과는 사뭇 다른 환경이었습니다. 해부실 특유의 냄새가 거의 나지 않았고, 전반적으로 쾌적한 분위기였습니다. 또, 우리 학교에서는 앞치마와 토시 등을 세척해서 사용하지만, 일본에서는 일회용 헤어캡, 앞치마, 토시를 사용해 실습 후 처리가 훨씬 편리했습니다.
실습은 그날 발표를 맡은 조원이 해당 부위에 대해 발표한 후 진행되었으며, 간혹 교수님처럼 보이는 분들이 추가 설명을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우리가 방문한 시점이 실습의 막바지여서 그런지 시신은 이미 많이 해부된 상태였고, 부위별로 절단되어 있어 놀라웠습니다. 시신은 크게 양팔, 양다리, 머리, 몸통(흉부/골반) 등 6부분으로 나뉘어 있었으며, 머리는 시상 단면으로 절단되어 코둔덕과 혀 근육 등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해부 조는 4-5명 정도로, 우리 학교보다 한 시신당 인원이 적어 보다 깊이 있는 실습이 가능했습니다. 내가 배정된 조에는 3명의 일본인 조원이 있었으며, 나는 하지 팀에 합류해 조원인 카즈키 군과 함께 2주 동안 골반과 인접 장기들을 해부했습니다.
또 흥미로웠던 점은 이용하는 해부 자료의 차이였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대부분 아이패드로 Anato Inje 영상을 참고하거나, Atlas, Complete Anatomy 등의 3D 앱을 활용하는 반면, 일본 학생들은 일본어 아틀라스 책 한 권만 펼쳐두고 이를 따라가며 해부를 진행했습니다. 또, 실습 중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질문할 수 있는 선생님 같은 분들이 3-4명 상시 대기하고 있어 든든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도구 사용에서도 차이가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혈관이나 신경을 찾을 때 메스보다는 핀셋과 가위를 주로 사용해 다소 소극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더 깊은 부위를 관찰하기 위해 골반 절단, 자궁 적출 등을 주저 없이 진행하는 점에서는 또 다른 태도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상호 학습 시스템
처음에는 상지와 하지 팀으로 나뉘어 해부를 하면 각자 맡은 부위만 공부하게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상호 학습 시간이 마련되어 있었습니다. 각 조가 담당 부위의 구조물을 모두 찾아 교수님께 설명하고 체크를 받으면, 체크를 먼저 마친 조끼리 매칭되어 서로 해부 결과를 설명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우리 조의 하지 팀은 상대 조의 상지 팀과, 우리 조의 상지 팀은 상대 조의 하지 팀과 짝을 이루어 설명을 주고받았고, 설명을 들은 사람은 구조물 체크리스트에 표시하며 학습을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또 다른 상호 학습 시간에는, 조별 카데바의 특이점을 화면에 띄워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에서 심장에 페이스메이커를 삽입한 분, 폐암이나 간암으로 인해 암 전이가 심한 분, 넙다리뼈에 철심을 박은 분 등 다양한 질환과 치료 상태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실습 외 경험
실습을 가지 않는 날에는 일본 친구들과 모츠나베, 초밥 등의 식사를 하거나 일본 친구들이 원래 노는 코스를 소개받아 함께 즐기기도 했습니다. 함께 간 한국 동기들이 모두 다른 조에 배정되었기에, 서로의 조원들과 번갈아 만나며 더 많은 일본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었습니다. 나는 일본어를 거의 하지 못해 영어로 주로 대화를 했는데 영어 실력이 친구들마다 천차만별이었습니다. 하지만 바디 랭귀지, 단어 단어로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충분했고 그렇게 서로의 비슷하고도 다른 문화를 알아가는 것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우리가 방문한 시기가 일본의 성년의 날과 겹쳤는데, 많은 일본 친구들이 20세가 되어 기모노를 입고 기념식을 한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남습니다. 또 우리는 예과 2학년 2학기부터는 수업과 시험이 많아 공부에만 치중된 삶을 사는 것에 비해서 일본 2학년 친구들은 다양한 아르바이트, 동아리 활동( 활쏘기, 골프, 체조 등)에도 많은 시간을 투자하는 것 같아 신기했습니다.
마무리 및 소감
이번 규슈 의대 해부 실습을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해부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에서는 신경과 혈관등 구조물을 최대한 보존하며 시신의 원형을 유지하는 방향성이 강한 반면, 일본에서는 절단을 통해 인체 구석구석을 탐구하는 방식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절단 과정에서 주요 구조물을 잃는 경우도 많아 각 방식의 장단점이 있음을 실감했습니다. 실습날 이외에 조원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일본 의대생들은 어떻게 생활하는지, 학업적인 면을 넘어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이라 더욱 의미 있었던 것 같습니다.
2주간의 귀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마련해주신 석대현 교수님, 김남구 계장님께 깊이 감사드리며 수기를 마칩니다.
1. 지원동기
재작년 해부학 수업을 수강하며 인체의 구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시간에 쫓겨 자세히 관찰하지 못했던 구조물도 있었고, 구조가 완벽히 이해되지 않아도 이론으로만 암기하고 넘어갔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해부 실습을 통해 해부학에 대해 더 심도 있게 공부하며 부족했던 부분들을 확실히 채워가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다른 나라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서로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의대생들의 생활이나 문화, 교육환경이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고, 특히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2. 해부 실습
(날짜, 오전/오후, 발표 조, 청소 확인 조, 상지/하지 해부 내용)
위의 일정표처럼 1.5~1.18 2주간 총 5번의 해부 실습에 참가하였습니다.
1) 해부 진행 방식
수업이 시작되면 2~3개의 조가 돌아가며 그날 해부할 구조에 대해 발표한 후, 해부를 시작합니다. 규슈의대에서는 카데바 1구당 4명씩 조를 이루고, 조마다 2명씩 상지 팀과 하지 팀으로 나뉘어 해부를 진행합니다. 8명이 자율적으로 해부를 했던 인제대와 달리, 상체를 맡은 조원은 딱 상체만 해부를 하고 상호학습시간에 서로 해부했던 구조물을 공유합니다. 수업마다 조원들은 돌아가며 리더와 일반 조원을 맡으며, 리더는 파란 앞치마를, 일반 조원은 하얀색 앞치마를 착용합니다. 규슈의대에서는 장화와 일회용 앞치마, 팔토시, 헤어캡을 제공해주어 매번 앞치마와 팔토시를 세척할 필요가 없었고, 덕분에 매우 쾌적하게 실습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해부가 끝나면 다시 카데바를 큰 비닐에 넣고 카데바 위에 수건을 깔아 에탄올을 적셔줍니다. 이는 카데바가 마르지 않고 촉촉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해부를 할 때에는 포르말린 냄새가 많이 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카데바에 곰팡이가 피기도 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하니 조금 더 쾌적하게 해부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셋째 날은 ‘상호학습시간’이었는데 이 시간에는 상지, 하지 팀 간에 각자 해부한 부분을 공유하고, 다른 조의 카데바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의료 관련 학과 학생들이 견학을 오기도 했는데 조원들은 각 조에 배정된 견학 학생들에게 카데바를 보여주며 전체적인 구조를 설명해주었습니다.
2) 한국과의 차이
해부를 하면서 한국과 정말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해부를 진행하는 방식이 정말 달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최대한 카데바를 절단하지 않고 신경, 혈관의 주행을 관찰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면, 규슈의대에서는 얼굴, 몸통, 팔, 골반, 다리로 절단하여 각 부위의 내부 구조를 다 확인하는 데에 집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얼굴과 골반은 좌우로 한 번 더 절단하여 내부 구조와 단면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카데바를 절단하지 않기에 앞쪽을 해부하다 뒤를 해부하려면 조원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 카데바를 뒤집어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규슈의대에서는 부위별로 절단되어 있다 보니 간편하게 구조물들을 꺼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해부를 할 때에는 주로 교수님의 가이드 영상이나 해부 앱을 많이 참고했었는데, 규슈의대 학생들은 아틀라스 교과서와 지침서를 참고했습니다. 일본에서도 공부할 때는 패드를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해부를 할 때는 책만 본다고 합니다. 영상이나 3D 사진 없이 책만으로도 해부를 원활히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는데 그만큼 지침서에 해부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있는 것 같습니다.
카데바를 보존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었는데, 장기들을 관찰한 후 다시 카데바 속에 넣어 원래 상태 그대로 보존하는 우리 학교와 달리 규슈의대에서는 주요 장기들을 각각 에탄올이 든 비닐에 넣어 상자에 따로 보관합니다. 안쪽 구조물을 관찰하기 위해 장기들을 꺼내고 또다시 넣어둘 필요가 없으니 매우 편리한 방법이라 느껴졌습니다.
3) 해부 내용
저는 주로 상지 팀에 참여하여 부비동, 눈확의 구조, 안구, 외이/중이/내이를 관찰하였습니다. 학교에서 코안을 배울 때 콧길, 코선반뼈, 코곁굴의 구조를 그림으로만 보니 실제로는 어떻게 생긴 건지 잘 와닿지 않았는데, 얼굴을 절단하여 안쪽 단면을 직접 관찰해보니 구조가 확실히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단면의 모습이 정말 교과서 그림 그대로 생겨서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학교에서는 이론으로만 배웠던 안구를 적출하여 해부하면서 수정체, 유리체, 망막. 홍채, 시신경 등의 구조를 직접 만져볼 수 있어 각각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머리뼈의 경우에도 벌집뼈나 눈물뼈와 같이 안쪽에 있는 뼈들을 직접 보니 다른 뼈들과의 위치 관계가 훨씬 머리에 잘 들어왔습니다.
2. 일본 의대 학생들과의 교류
일본어를 아예 할 줄 몰라 가기 전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조에 영어를 잘 하는 친구가 있어 소통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해부할 때도 옆에서 오늘 찾아야 할 구조물을 영어로 하나하나 알려주고,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저를 배려해 매번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주었습니다. 다른 조원들과도 얘기를 하다가 소통이 막힐 때는 이 친구가 통역을 해주었기에 해부시간에 조원들과 많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일본 의대의 문화가 궁금해 많은 얘기를 물어보았는데, 같은 의학의 길을 걷는 친구들인 만큼 진로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다른 일본의 문화들도 많이 알 수 있었고, 저와는 다른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다들 K-pop에 관심이 많아서 좋아하는 가수 얘기도 많이 나누었는데, 옆 조에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해서 아이돌 영상을 보며 한국어를 공부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한국어로 얘기를 나눴는데 너무 유창하게 말을 잘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조원들과 함께 유명한 음식점에 가 밥을 먹기도 하고, 함께 간 동기들의 조원들이나 해부할 때 얘기를 나누었던 다른 조 친구들과도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들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밥을 사주거나 함께 놀고 나서 숙소까지 차로 태워다 주는 등 저희를 많이 배려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먼저 약속도 잡고 일본인 친구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배정되는 조들이 한국인 배정을 희망해 신청을 받았던 조들이라고 하니 먼저 말도 걸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반겨주는 친구들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3. 일본 의대 학생들의 문화
규슈의대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계체조, 골프, 궁도, 요트 등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동아리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 신기했습니다. 들어보니 고등학교 때도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학교에 정말 다양한 동아리들이 있고 어릴 때부터 학업에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활동에 시간을 많이 쓰는 문화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규슈의대 친구들은 대부분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는데, 과외부터 서빙, 안내 직원, 키자니아 관리자까지 정말 다양한 아르바이트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습을 간 2주에 성년의 날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성년의 날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될 만큼 큰 행사라고 합니다. 여자는 기모노를, 남자는 정장을 입고 각 지역에서 주최하는 성년식 행사에 참여하여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같이 밥을 먹었던 일본인 친구도 만 20세가 되는 나이라 성년의 날에 쓸 네일팁을 같이 골라주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4. 마무리하며
해부 실습을 통해 학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고, 일본 의대생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규슈의대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2주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인제대학교와 규슈대학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
규슈 가기 전 준비
일본에서는 의학용어를 일본어로 배우기 때문에 학생들이 영어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교과서에 영어 표현이 괄호 안에 함께 실려 있어, 둘 중 하나만 알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규슈에 가기 전, 해부학 용어를 영어로 복습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오미야게’ 문화가 있기 때문에, 조원들에게 작은 간식거리를 나누어줄 수 있도록 한국의 과자와 사탕을 준비했습니다. (그 중 초코파이가 있었는데 후에 일본 편의점에 초코파이가 진열된 것을 봐버렸습니다.)
해부실습 과정
실습 시작 전에 학생 발표를 들으며 실습의 과정과 주의사항을 듣습니다.
실습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해부 실습 지침서를 읽으면서 차례대로 구조물을 확인하고, 어려운 부분은 교과서의 그림을 참고하거나 다른 조의 학생, 또는 선생님께 질문을 하며 해결합니다. 규슈 의대 학생들은 어려운 단계가 있더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며 순차적으로 진행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규슈 의대의 시험 결과는 우리 학교처럼 Pass 또는 Fail로 발표되는데, 구체적인 점수는 경쟁의 과열을 지양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는듯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조원이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더라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습이 끝나면 홀수 조와 짝수 조가 번갈아 가며 실습의 진행 상황이나 어려웠던 점을 간략하게 발표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 학교와의 차이점 중 하나는 골반과 머리의 정중면을 따라 시신을 반으로 갈라서, 코와 입의 안쪽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절단된 구조물은 봉투에 알코올과 함께 담아 별도로 보관하고, 실습을 마친 후에는 시신에 알코올을 붓는 방식으로 보존합니다. 이 덕분에 카데바가 건조되거나 부패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원상태에 가까운 형태로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규슈 의대 해부 실습은 혈관과 신경의 연결을 과감하게 잘라가며 진행하기 때문에, 각 구조물이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 상지와 하지를 두 명씩 나누어 맡기 때문에 양쪽 중 한쪽만을 알게 된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한편, 주기적으로 있는 ‘상호학습’이라는 시간에는 간호대생들이 실습실에 방문했고, 의대생들이 카데바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시간에 우리 학교 학생들도 함께 돌아다니며 질문을 할 수 있었고, 폐렴 환자의 폐, pacemaker 등을 관찰했습니다.
일본 학생들과의 교류
실습이 없는 날은 자유 시간이었고, 규슈의대 학생들이 추천하는 맛집에서 함께 식사하며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 한국의 정치적 상황 등에 관해 대화하고 서로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영어 회화에 자신이 없어 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일본어를 공부해가면 더 많은 학생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나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통역을 도와주기도 하고, 간단한 단어와 문장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