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김주영access_time 2025.07.03 13:23visibility 28
고(故) 이태석 신부의 따뜻한 손길과 마음의 길을 조명한 책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가 출간됐다. 이 책은 10인의 인문학자가 참여해 이 신부의 삶과 철학을 다양한 시각에서 풀어낸 의미 있는 성찰의 결과물이다.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는 사람 이태석을 연구하고자 모인 '인제의대 이태석연구회'의 김성리 인제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김태만 한국해양대학교 교수(동아시아학과)·김택중 인제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박지영 인제의대 교수(인문사회의학교실)·박형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한국어교육전공·문학평론가)·백태현 전 부산일보 논설실장·송교성 플랜비 문화예술협동조합 대표·오현석 부산대학교 교수(국어교육과)·이성철 창원대학교 교수(사회학과)·임기대 부산외국어대학교 교수(프랑스어전공·한국프랑스학회장)가 필진으로 참여했다.
1부 '의사의 길'은 이태석 신부의 모교인 인제의대 교수 3인이 의사로서 이태석이 걸었던 길을 조명했다.
2부 '함께 걷는 길'에서는 미래를 꿈꿀 수 조차 없는 황폐한 톤즈에서 교육이 희망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직관하고 배움의 길을 열고자 온 힘을 다한 교육자 이태석의 여정을 담았다.
3부 '감사의 길'에서는 이태석의 문화적·예술적 재능과 항상 감사하며 살았던 그의 밝음이 어떻게 사람의 삶을 방식을 변화하고 변모했는지를 그렸다. 아울러 민간단체와 후원금에 의존하는 기념사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사회가 나아갈 방향도 제시했다.
이태석의 말씀을 따라 더 많은 나눔을 위해 먼 한국에서 인턴·전공의 과정을 마치고 전임의 과정에 있는 제자 토마스 타반 아콧(인제대 상계백병원 간담췌외과)과 존 마옌 루벤(인제대 부산백병원 소화기내과)의 '이태석 신부님을 기억하며'도 함께 실었다.
필진을 대표해 펜을 든 김성리 인제의대 교수는 "『모든 날이 좋았습니다』는 이태석이 지난 여러 정체성을 바탕으로 그가 남긴 족적을 따라가며 그의 삶을 망라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면서 "인제의대와 집필진은 이태석의 삶을 연구하되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하여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최대한 풀어쓰고자 노력했다"고 밝혔다.
책 출간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은 이장호 부산사람이태석기념사업회 이사장은 "이태석 신부가 처음부터 거룩한 사람으로 태어났다고 생각해서도 안된다. 그가 행한 일들을 보통 사람은 이룰 수 없다고 여길 수 있기 때문"이라며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실천하는 것이 이태석 신부에게 한 걸음 다가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태석 신부의 삶을 교육과정으로 만들어 운영하고, 연구회를 지원하고 있는 최석진 인제의대 학장은 "이태석신부의 정신을 이해하고 실천할 수 있는 지침서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출간하게 됐다"며 "그의 삶과 철학을 통해, 세상을 더 따뜻하고 희망찬 곳으로 변화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추천 글을 남겼다.
고 이태석 요한 신부(1962-2010년)는 1962년 이봉하·신명남 씨의 4남 6년 중 아홉째로 태어나 부산 경남고와 인제의대(1987년 3회)를 졸업하고, 이듬해 인턴을 수료했다. 군의관으로 전역한 뒤 살레시오회에 입회하면서 사제의 길을 걸었다. 사제 서품을 받은 직후 그는 망설임 없이 아프리카로 향했다.
가장 헐벗고 가난한 아프리카 남수단 톤즈라는 시골 마을에서 의사이자 교육자로, 건축가이자 음악가의 모습으로 살았다. 오랜 내전으로 마음을 다쳐 감사함을 모르던 주민에게 사람은 본시 따뜻하다는 것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2008년 휴가차 귀국해서 받은 건강검진에서 대장암 4기 판정을 받았다. 하루 빨리 톤즈 아이들에게 돌아가겠다며 투병했지만 2010년 1월 14일 "Everything is good"이라는 유언을 남기고 선종했다. 너무도 이른 47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