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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4학년 일본 규슈의대 임상실습 후기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17.09.06 17:24 487

 

1년 조금 넘어 다시 오게 된 규슈대 병원 캠퍼스를 보고, 참 감회가 새로웠다. 규슈의대 해부학 수업을 들었었고, 그 이후에 병원 실습을 하고 싶어서 일본어도 스스로 공부를 했기 때문에, 이 낯선 병원 환경에서 어느 정도 헤쳐나갈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큰 오산이었고, 언어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으며, 병원 이외에도 일본과 한국의 여러 차이점 때문에도 당황하게 되는 일이 생겼다.

사진 우. 혈액 내과 실습을 같이 한 친구들

 

그러나 잘 극복하고, 좋은 추억들을 많이 쌓을 수 있었던 것은 혼자서 고민하기 보다는 동료들과 협력하였기 때문일 것이다. 낯선 환경임에도 불구하고 일본 친구들과 선생님, 그리고 같이 규슈대 실습을 지원한 지현 언니와 소명 언니 덕분에 힘든 일들을 이겨낼 수 있었다.


사진 좌. 정위방사선수술 설명을 돕기 위해 기계에 올라가 있는 히구치.  우.  방사선과 각 선생님께 강의를 들으면 이 스케줄 표에 도장을 찍어주신다.

 

처음에는 병원 내에서 일본어를 하는 것을 꺼려했다. 생활 회화는 어느 정도 공부했지만, 병원에서 일본어를 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어줍잖게 일본어를 하면 오히려 무시당한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일본 사람들은 우리 나라 사람들보다 영어 공포증이 더 심해서, 처음에는 친구들이 나에게 말을 거는 것을 꺼려했다. 첫 날, 규슈대 병원 직원 분이 방사선과 실습을 같이하게 될 조원들에게 나를 인계하고 가셨을 때, 우리 조 실습 조장 히구치는 내 앞에서 잔뜩 얼어있었다. 내가 먼저 “韓?留?生、ミソです。よろしくお願いします。(한국 유학생 미소 입니다. 잘 부탁해요)”라고 했더니 만면에 미소를 짓고는, “良かった!(다행이다! 일본어 하는 구나!)”라고 하여 히구치와 간신히 친해지게 되었다. 심지어 병원의 의사 선생님들조차도 내가 다가가면 “Wait”하고는 영어 잘 하는 선생님을 내 앞에 스윽 밀어주고 사라지셨다. 이런 일이 있을 때, 다들 내가 말도 잘 못 알아듣고 부담으로 여기는 것 같아서 속상할 때가 많았다. 이를 히구치 군에게 말했더니, 항상 첫 인사를 일본어로 해보는 것이 어떠냐고 했고, 이를 다음 날부터 해보기로 하였다. 실제로 “하지메 마시테, 미소 데스!” 이 한 마디에, 내 앞의 사람이 웃음 짓게 되는 마법 같은 일이 일어났다. 덕분에 마지막 주에 혈액내과 회식에서는,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말을 걸려고 하는 기적과 같은 일을 경험하게 되었다. 물론, 선생님께서 일본어로 설명하신 것을 잘 알아듣지 못했을 때는 솔직하게 잘 모르겠다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면 선생님은 물론 우리 조원들도 같이 간단한 영어로 맞춰보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과 다시 이야기 해보는 등, 시간이 걸리더라도 나를 이해시켜주려는 노력을 많이 하였다. 그 덕분인지 완벽하지는 않지만, 친구들이 듣는 설명을 어느 정도 따라갈 수 있었고, 일본을 떠날 때에는 일본어가 많이 늘어있었다. 

사진 좌. 골수 생검 슬라이드를 관찰하는 누마타 선생님과 사에. 중. 회식에서 누마타 선생님과 함께. 우. 제1내과(혈액 내과 포함) 학생들끼리.


일본어를 하는데 자신이 좀 생기고, 좀 어눌하더라도 일본 친구들과 선생님들과 간단한 회화 정도는 가능하게 되면서, 선생님들의 상냥한 부분들을 많이 알게 되었다. 원래 일본 사람들은 본인 앞에서 나쁜 이야기를 잘 하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교육하는 부분에 있어서 학생들을 많이 격려하고 칭찬하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우리나라 학생 실습과는 달리, 대부분의 과에서 실습 스케줄에 반 이상이 강의로 구성되어 있었다. 강의를 하다 보면, 선생님이 학생에게 질문을 하게 되는데 여기에 정답을 맞히지 못해도 “아, 그렇게 생각한 이유가 뭐지? 음, 그런 점에서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힌트를 주자면…” 하고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해주었다. 또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었고, 이는 외국인 학생인 나에게도 해당되었다. 영어로 다시 설명하고 질문을 하려면 오래 걸릴 텐데도, 나도 똑 같은 학생으로 존중해 주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더군다나 굉장히 칭찬을 후하게 해주셔서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도 있었다. 혈액 내과 실습 때, 교육 담당을 맡으신 누마타 선생님께서 한 입원 환자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시다가 갑자기 복수가 찬 CT 사진을 보여주시면서 나에게 이게 어떤 소견인지 물으셨다. 갑작스러운 질문에 당황해 ascites라는 영어는 기억이 나지 않아서 조심스럽게, “腹水….?”라고 일본어로 대답해버렸다. 그 이후 누마타 선생님께서는 다른 선생님 모두에게 내가 의학을 일본어로도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며 과하게 칭찬하고 다니셨다. 그 중 한 혈액 내과 선생님께서는, “카타카나를 읽을 줄 아니? 진짜? 그럼 한자도?”라고 연거푸 물으셔서 굉장히 부담스러웠지만, 한편으로는 스스로 많이 노력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관심을 받는다는 생각도 들어서 뿌듯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렇게 대부분의 실습이 강의로 이루어지다 보니 실제 환자를 보는 시간은 하루에 30분도 채 되지 않고, 사실상 회진은 일주일에 1번만 돌아서 임상 경험의 기회는 우리나라의 실습에 비해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더군다나, 처음에 담당 환자를 받을 때에도 담당 선생님께서 환자에 대한 거의 모든 것을 우리에게 설명해주셔서 정작 환자의 증상이나 치료 등에 대해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기회는 별로 없었으므로, 이 부분에서는 큰 아쉬움을 느꼈다.

사진 좌. 친구들 선물로 준비한 호떡 믹스의 설명서가 한글로만 적혀있어 사에의 도움을 받아 직접 번역하였다. 중. 졸업하고 벌써 견습의로 일하고 있는 시호와 함께. 우. 다 같이 고생한 지현 언니, 소명 언니

 

지금 돌이켜 보면 나는 임상실습에 있어서 정말 최선을 다해서, 이렇게 좋은 추억만 남은 것 같다. 그리고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분명, 나 외에도 선생님들, 일본 친구들, 지현 언니와 소명 언니 다 같이 최선을 다하고, 서로를 도왔기 때문이다. 실습을 같이 한 친구들도 있지만, 이전에 규슈의대 해부학 교실에서 만난 친구들도 도움을 요청하면 이에 기꺼이 응해주었고, 피비엘 때 만난 이미 규슈의대를 졸업한 시호와 만나 실습에서 어려운 점에 대해 상담하기도 했다. 또 소명 언니, 지현 언니와 나 모두 새로운 환경에서 실습하는데 자잘한 문제들이 많았지만, 서로 논의하고 각자 실습 스케줄이 달라 역할을 나누어 일을 해결하는 등 많은 도움이 되었다. 그리고 외국에서 한국말을 할 수 있는 동료가 있다는 것이 정말 큰 버팀목이 되어준 것 같다. 이번 임상실습을 통해서, 대화하고 협력하는 것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다.

 


 

지난 5월 한 달간 일본 후쿠오카에 있는 규슈대학병원에 임상 실습을 다녀왔다. 4주의 실습은 1주간 이비인후과 실습을 돌고 3주간 호흡기 내과 실습으로 이루어졌다. 실습을 돌며 수많은 일본의 학생들과 전공의, 교수님들을 만날 수 있었다. 학문적으로나 시설적으로나 여러가지 배울 점들이 많은 규슈대학에서 한 달간 실습을 돌며 값진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이비인후과에서는 외래와 수술 위주의 실습을 했다. 외래에서는 귀나 코에 대한 질환들에 대해 간단한 처치를 하거나 환자와 상담하는 모습을 위주로 볼 수 있었다. 일본의 외래 시스템은 우리나라와 달리 한 명의 환자를 매우 오래 보고, 환자에게 촬영한 CT나 X선 사진을 친절히 설명해주고 인쇄까지 해주는 식이었다. 오전 한타임 외래 동안 한 명의 스텝이 보는 환자수는 10명도 채 안될 정도로 한명 한명의 환자를 오래 진료했고 그만큼 진정성 있게 진료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환자와 환자 사이에도 어느 정도 여유 있는 시간이 주어져 그 시간 동안 영어로 설명을 듣기도 했다. 수술 같은 경우 일단 한국 실습에서 보기 힘든 neurofibromatosis 제거 수술과 같이 쉽게 볼 수 없는 수술을 참관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그리고 모든 수술이 다 녹화되고 그 녹화된 영상을 나중에 전체회의 시간에 다시 보면서 스텝들과 전공의들이 영상에 대해 대화를 나눈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모든 수술과정을 녹화하다 보니 참관을 하는 학생 입장에서도 시야가 좀 가려지더라도 녹화중인 모니터화면을 볼 수 있어 훨씬 참관을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갑상샘 혀낭종에 대한 발표를 영어로 하고 교수님께서 간단히 설명도 해주시고 피드백을 해 주셔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3주간의 호흡기내과 실습의 경우 주로 bronchoscopy를 참관하고 회진을 하는 형식으로 이루어 졌는데, 한국의 실습에선 쉽게 볼 수 없었던 EBUS-TBNA를 흔히 쓰는 것이 신기했다. 실제로 결핵에 걸린 환자에게 bronchoscopy를 시행하여 N95마스크를 쓰고 참관한 것도 인상깊었다. 회진할 때는 교수님께서 학생들에게 이것저것 설명도 많이 해주시고 피부밑공기증이 있는 환자의 피부도 실제로 만져서 소리를 느끼게 해주시고, 곤봉지도 실제로 설명해주시면서 보여주시는 등 폐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는 소견들을 실제 환자들을 통해 배울 수 있어 이해하기도 쉬웠고 인상깊었다. 폐암 환자가 특히 많아서 SVC syndrome, 트루소 신드롬 등 여러 합병증에 대해서도 설명해주시고 실제 환자들을 만나보며 여러 소견들을 직접 볼 수 있었다.


 일본 실습을 돌면서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일본의 의학교과서는 모두 일본어로 쓰여있단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은 의학용어를 영어로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때가 많다. 하지만 자신들의 언어로 이해하기 쉽게 설명된 책으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니 일본의 의학이 얼마나 발전되어 있는가를 느낄 수 있었다.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는 한달이었다.
 

이번 본과 4학년에 저는 일본 후쿠오카에 위치한 규슈대학교에서 1달 동안 임상실습을 돌게 되었고, 개인적으로 이것이 의과대학에 입학해서 가장 좋았던 경험이라고 생각될 만큼, 즐겁고 보람찬 한 달을 보냈습니다.
 저는 마이너 분과의 실습을 경험하고 싶어 마취과와 안과를 선택해서 돌게 되었고 마취과는 1주일, 안과는 3주일을 실습하였습니다. 마취과는 규슈대학교의 본과 3학년 학생들과 함께 돌아서 주로 수업 위주의 실습이 많이 진행되었고, 안과는 규슈대학교의 다른 본과 4학년 학생들과 함께 돌게 되어 주로 수술참관과 wet lab위주의 실습을 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어를 거의 할 줄 모르는 저라 영어만 써도 괜찮을까 처음에는 걱정이 많이 되었지만, 병원에 워낙 영어를 잘 하시는 교수님들이 많이 계시고 다들 어떻게든 저에게 영어로 설명해주려고 노력해 주셔서 크게 문제되는 점은 없었습니다. 수업 위주인 마취과에서 일부 교수님들은 저를 위해 수업을 영어로 진행해 주신 분들도 더러 계셨는데, 저 때문에 강제로 영어 실습을 해야 했던 일본 친구들에게 미안하고 고마웠습니다.


 안과 실습은 수술 참관 위주로 진행되어 사실 훨씬 더 우리나라 실습과 비슷하고 재미있었습니다. 특히나 인상 깊었던 점은, 1주일에 한 번씩 wet lab이라는 것을 진행하여 학생들에게 병원 레지던트 선생님들과 교수님께서 백내장 수술 실습을 동물 눈알로 실제 환자처럼 똑같이 수술 기구를 사용해 교육해 주신다는 점이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그러한 동물을 이용한 training은 레지던트가 되어도 쉽게 받기 어렵다고 들어서 매우 놀랐는데, 물어보니 일본에서도 아주 흔한 경우는 아니고, 규슈대의 안과가 특히 학생에 대한 관심과 교육열이 높아서 진행하는 교육이라고 합니다. 1시간동안 학생 1명당 레지던트 선생님 1분이 옆에서 지도해 주시면서 백내장 수술을 처음부터 끝까지 지도해 주셨는데, 늘 관찰만 했던 병원 실습과 달리 이렇게 직접 수술을 집도할 기회가 생기니 정말 엄청난 기분이 들었습니다. 늘 보던 수술도 다르게 보이고 수술에 대한 새로운 관심이 생긴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만약에 안과에 관심이 있는 후배가 있다면 규슈대학에서 안과 실습을 도는 것을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규슈대학교에는 우리 나라 뿐만 아니라 중국, 홍콩, 대만 등 여러 나라에서 교환학생들을 받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레지던트 선생님들께서도 어느 정도 외국 학생을 대하는데 익숙하시고 한국 문화에 대해서도 생각보다 잘 알고 계셨습니다. 4주 동안 너무나 큰 환대를 받아서 감사했고, 앞으로도 규슈대학과 좋은 관계를 계속 이어나가 더 많은 후배들이 저와 같은 기회를 가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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