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17.09.18 10:43visibility 179
지난 해 병원 실습을 돌면서 규슈대 의대 학생 두 명을 만났던 적이 있었다. 만나면 자연스럽게 한국과 일본의 의학 교육 시스템에 대해 대화를 하게 되곤 했다. 이야기를 듣고 있자면 일본에 여행을 목적으로 가는 것 외에 의대생으로 공부를 하러 가면 어떨까 굉장히 궁금했던 기억이 난다. 한동안 궁금증을 잊고 지내던 중 치바대학교에서 임상 실습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실제로 갈 수 있게 되어 기뻤다. 이 실습을 통해 일본 의료는 어떠한 지 배우고 내 진료 역량을 키울 수 있는 값진 경험이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일본에서 공부하며 일본어와 일본 문화에 대해 더 알아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컸다.실습 프로토콜을 읽고 나니 소화기내과가 매력적으로 다가와 4주를 소화기내과에서 보내기로 결심했다. 내가 무엇을 경험하고 성취할 수 있는지 명시했던 부분이 좋았던 것 같다. 그리고 일본이 내시경 분야에서 세계적인 선두주자임을 고려해 지원하게 되었다. 실제로 내시경실에서 매일 다양한 검사와 치료를 볼 수 있었고 DBE 또한 처음으로 보기도 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내시경실에서 보내고 있으면 선생님들께서 이 환자는 어떤 환자이고 왜 이 치료를 받고 있으며 지금은 어떤 과정을 거치는 중인지 열정적으로 지도해주려 노력하셨다. 바쁜 와중에도 검체를 채취해 직접 만져보고 배우도록 해주었다. 또 병동 컨퍼런스, 회진에 참석하면서 한국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지 알아가는 것도 흥미롭게 느껴졌다. 물론 모두 일본어로 진행되었기에 일부는 이해할 수 있었지만 대부분의 정보를 친구들이나 선생님들을 통해 알 수 있었다. 모두들 굉장히 친절하게 도와주어 정말 감사했다.
사실 가장 보람찼던 부분은 내시경이나 초음파를 실제로 해본 것이었다. 내부에 erosion, tumor 등의 병변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만들어져 있는 GI tract 모형에 실제로 사용하는 내시경으로 상부위장관내시경 검사를 직접 하는 것이었는데 대단히 신기했다. 어떻게 조작하는지 선생님께서 시범을 보여주시면 보고 배운 다음 직접 할 수 있었다. 초음파 실습 때에는 복부초음파를 순서대로 지켜본 후 학생들끼리 서로에게 연습했고, 나 같은 경우에는 선생님의 도움 하에 실제 환자에게 검사를 할 기회도 주셨다. 한국에서는 여건이 되지 않는지 학생 한 사람마다 그렇게 검사를 시뮬레이션을 시켜주는 경우는 없었는데 단순 참관에 비해 흥미로운 것은 물론 경험으로 배워 그런지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화기내과 실습 외에 AME class에 참관했던 것도 멋진 경험이었다. 단순한 강의뿐 아니라 영어로 세계 각 문화, 각 나라의 표준화환자들을 진료하는 부분이 큰 수업이었다. 한국에서도 CPX 연습이나 시험을 자주 경험했지만 이와 같이 체계적으로 다양한 경우를 마주한 적은 처음이었다. 치바대학교 학생 또는 이미 의사인 사람들과 협동하여 문진을 하기도 하고 서로의 진료에 대해 피드백을 주기도 했다. 일정이 맞지 않아 이 프로그램에 1번 밖에 참여할 수 없었지만 이러한 수업를 가진 치바대학교 학생들에게 질투가 느껴질 정도였다.
교환 실습의 무엇이 가장 좋았냐고 묻는다면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같은 전공의 외국 친구들을 만나고 어울렸던 점일 것이다. 실제로 소화기내과에는 나를 제외하고 12명의 학생들이 있었는데 함께 강의를 듣거나 실습을 하며 일본 의학용어나 의사국가고시 등에 대해 알려주었다. 그 외에도 나름대로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는데 자주 같이 식사를 하거나 술을 마시곤 했다. 일본에서 보통 이자카야에서 저녁을 먹으며 술을 마신다는 점과 노미호다이라는 시간 제한 무제한 주문 제도가 매우 신기하게 느껴졌다. 여행객으로 일본을 왔을 때와 굉장히 차이가 크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외국인들 사이에 섞여 일부가 되어 문화를 체험하는 것은 형언할 수 없이 값진 경험이었다. 학생들이 쓰는 은어와 같은 소소한 부분들이 재미있었다.
치바는 관광 측면에서도 완벽했는데 치바 자체로도 해안공원, 거대한 이온몰 등 갈 곳이 많았고 도쿄까지 1시간~1시간 반 정도면 갈 수 있어서 일부 학생들과는 도쿄 이곳저곳 구경하기도 했다. 거의 매 주말 도쿄에 가다 보니 굉장히 많은 곳을 간 것 같은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아직도 가보지 못한 곳이 많다는 생각이 들어 많이 아쉬웠다. 다음번에 도쿄 여행을 하게 된다면 이번 임상실습에서 만난 친구들을 다시 볼 수 있다면 좋겠다. 1개월간 너무나도 행복한 시간을 보내서 두 학교에 감사하고 다른 학생들에게도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를 강력히 추천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