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Menu

해부실습 윤유빈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20.02.13 16:27 183


본과 1학년을 마치고 겨울방학 중 1월 5일부터 16일 까지 총 11박 12일의 기간 동안 규슈 의과대학에 교환학생으로 해부학 실습을 다녀왔다. 예과 때부터 이 프로그램에 관심이 있었고, 2학기 동안 내과 과정을 배우면서 해부학을 다시 한 번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에 모집공고가 떴을 때 바로 지원을 하게 되었다. 운이 좋게도 교환학생으로서 다른 대학 학생들과 교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서 설레는 마음으로 방학을 손꼽아 기다렸다. 지원한지 시간이 꽤 흘러서 2학기가 마무리가 되자 생각보다 내과과정이 너무 힘들었기에 ‘방학 때는 그냥 쉴걸 그랬나..?’ 하는 생각도 들었었다. 또한 의사소통에 대한 걱정도 있었고, 해부학을 완전히 잊었다고 생각하여 2학기가 끝난 순간부터 출국 당일까지 걱정이 앞섰었다. 하지만 출국 후 함께한 친구들과의 시간과, 따뜻하게 맞이해 주는 규슈 의과대학 친구들로 인해 모든 걱정이 사라지고, 가장 뜻깊고 기억에 오래 남을 추억이 되었다. 이러한 수기를 쓸 수 있게 된 것도 영광이며, 규슈 의과대학 내에서의 해부학 실습 이번 교환학생프로그램을 통해 느낀점을 정리해보려 한다. 

 

[지원동기]
예과 2학년 2학기에 해부학을 하면서 나는 진도를 따라가기 위해, 또 다음 실습에서 무언가 하나라도 하기 위해 공부를 하느라 급급했다. 해부학 진도가 빠르기도 했고 내가 다 소화하기에는 버거웠으나, 시험을 보기 위해서 혹은 체크리스트를 채우기 위해서는 자세히 하나하나를 다 알아야 했다. 그렇게 공부하다보니 너무 작은 부분에 치중하게 되었던 것 같고, 공부를 하고 있음에도 내가 아는 것이 맞는지, 혹은 무언가 부족한 것 같다는 의심이 남은 채로 학기를 마무리 하였다. 그리고 본과 1학년 2학기의 내과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해부학을 배웠으나 큰 흐름을 놓치고 작은 것에만 몰두하여 제대로 기억하고 있는 것은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해부학 실습을 하고 싶었고, 때마침 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다.
이 실습은 규슈의과대학 학생들이 커리큘럼대로 해부를 진행하던 중에 우리가 들어가는 것이라 내가 원했던 것처럼 모든 구조들을 다시 볼 수는 없었다. 하지만 다른 대학 학생들이 와서 규슈의과대학 학생들이 각 구조물들을 설명해주는 시간이 있다. 그때 옆에서 같이 보니 전체적인 구조물들을 다시 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고, 잊고 있었던 것들도 떠올릴 수 있었으며, 작년 해부실습시간에는 볼 수 없었던 구조물들도 볼 수 있었다. 따라서 100%는 아니더라도 짧은 시간 내에 나의 지원동기를 충족시켜줄 수 있었던 좋은 경험이었다. 따라서 나와 같은 이유로 이 프로그램에 관심 있는 후배님들에게는 굉장히 추천해주고 싶다. 

 

규슈의과대학 내 해부학 실습(함께한 친구들♥)

규슈대학교에 도착하여 석대현 교수님과 아쉬운 작별인사를 나눈 후 우리는 실습에 참여하게 되었다. 너무나 감사하게도 우리 5명이서 사용할 수 있는 실습 준비실을 마련해주셔서 편하게 해부복을 입고 준비할 수 있었다. 사실 이날 우리는 해부를 하는지 모르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 해부를 한다는 소리를 실습시작 30분전에 알게 되었다. 당황스러움을 뒤로하고, 실습실에 들어가니 석대현 교수님께서 우리를 학생들에게 소개해주었고 마이크를 건네주셨다. 이렇게 공개적으로 자기소개를 해야할 줄 몰랐기에 짧은 영어로 어버버 소개를 하고 각자의 조로 흩어졌다. 자기소개 좀 준비해갈걸 하고 아직까지도 후회로 남는다.. 하지만 일본 친구들이 큰 박수로 맞아주어서 당황스러움은 금방 잊고 내가 참여한 11조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해부학 실습을 참여하면서 내가 충격을 받은 것은 총 네가지다. 

첫 번째로 일본에서는 자신의 맡은 파트를 자세히 한다는 것을 어느 정도 알고는 있었으나, 진짜 상체와 하체로 두 명씩 나뉘어 딱 그 파트만 해부를 하는 것을 보고 신기했다. 하반신을 맡은 친구는 상반신을 거의 잘 모르는 듯하였다. 이러한 해부방식에 대해서 함께 갔던 친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눴는데 우리학교의 방식이나, 일본 방식 모두 각각의 장단점이 있는 것 같다. 일본에서 참여한 해부방식은 굉장히 효율적이나 나의 파트가 아니면 잘 모를 것 같다는 것이 단점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의 팀의 조장이 하반신 담당이었기 때문에 나도 거의 하반신 해부만 참여하게 되었다.  

 

두 번째로 작년에 우리학교에서는 뇌를 꺼낼 때와 복장뼈를 자를 때 외에는 뼈를 절단하지 않았고, 있는 그대로에서 구조물을 관찰하였다. 따라서 골반 안의 복잡한 구조물들을 잘 관찰할 수 없었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하지만 어떠한 구조물이 어디에서 기원하여 어디로 향하는지를 알 수 있었기 때문에 이런 점에서는 편리하였다. 일본에서는 얼굴과 골반을 절반으로, 목, 가슴, 다리, 팔 등 모든 구조물을 다 절단하여 해부한다는 점이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이렇게 해부함으로써 작년에는 잘 보지 못하였던 코안이나 얼굴, 골반 내의 구조물들을 여기서는 제대로 해부하여 관찰하게 되었다. 이렇게 보니 해부학이나 내과학 때 힘들게 외웠던 것들이 한번에 이해되었다. 하지만 한 혈관이나 신경의 주행을 관찰할 수 없다는 점, 뼈를 절단하는 것이 굉장히 힘들고 소모적이라는 점이 단점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세 번째로 응급구조학과나 한의학 전문대학원 학생들이 와서 해부학을 참관하는 시간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우리학교에서 해부하면서 그런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여기서는 외부 학생들이 오면 머리부터 발 끝까지 맡은 파트를 설명해준다. 이렇게 설명함으로써 학생들도 리마인드 하는 것 같아 좋은 시간인 것 같았다. 나는 일본어를 알아들을 수 없었기에 한국어를 잘 하는 조장 언니와 함께 다른 조도 구경하고, 순환기에서 배웠던 pacemaker을 직접 눈으로 보는 경험도 하게 되었다. 여러모로 신기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해부학 실습이었다. 

 

마지막은 지침서가 굉장히 자세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지침서가 굉장히 간단하였고 거의 영상에 의존하여 해부하였다. 영상에서 나오지 않아 잘 모를 때는 다른 조를 돌아다녀서 알아내거나 교수님께 부탁해서 도움을 요청하였었다. 일본 친구들의 지침서를 보니 정말 자세하였다. 어떻게 절개하여야 하고 그 다음은 어떤 구조물을 볼 수 있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글로 정말 자세히 표현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지 교수님께 질문하는 횟수가 우리에 비해 현저히 적은 것 같았다. 이러한 지침서는 정말 부럽기도 하였다. 

 

함께한 11조 친구들♥

아쉬움도 고마움도 많이 남는 조 친구들이다. 한국에서 선물을 준비할 때 우리나라 특색을 살려서 준비해가고 싶어서 엄청 고민을 했었다. 좋아해주는 친구들을 보고 굉장히 뿌듯하면서, 왜 더 얘기를 적극적으로 걸어보지 못했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도 말을 걸면 최선을 다해 친절히 알려주려했던 친구들이 너무 고맙다.

 

[마치며]
해부학 실습이 없는 날에 우리끼리 맛있는 것도 먹으러 다니고, 일본 친구들과 만나서 식사도 하면서 12일이라는 시간이 쏜살같이 끝나버렸다. 처음에는 정말 시간이 느리다고 느꼈는데 절반이 지난 순간부터 하루가 한 시간 같이 느껴졌다. 세이류 온천도 다녀왔고 먹을 것도 다 먹었으나 한국으로 돌아오니 허전함이 크게 다가왔다. 오늘도 호텔에서 일어나서 친구들과 함께 조식 먹으며 오늘은 뭘 먹을까 고민해야 할 것 같은데,, 이런 시간들이 그리워진다. 이번 방학은 해부학 실습 덕분에 단순한 여행이 아니라 여러 사람을 만나고 여러 경험을 하고, 친구들과 여러 주제에 대해 자세히 얘기해 보는 좋은 기회가 되었으며, 12일간의 추억이 내게는 소중하게 남았다. 이제 곧 개강을 하고 다시 또 개금에서 살아가다보면 이 경험의 기억과 소중함이 희미해질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느끼고 새로 다짐을 했던 것들을 잊지 않고 살아가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 주변에서 고민하고 있다면 꼭 가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최석진 학장님과 석대현 교수님, 학교 관계자분들께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앞으로도 이러한 기회가 있다면 또 도전해보고 싶고, 이러한 경험들이 미래의 나에게 귀중한 발판이 되길 바란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