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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 임상실습 체험수기(규슈의대 편)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24.05.28 10:38 169

 

4주간 후쿠오카에 위치한 규슈대학 의과대학에 해외임상실습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저는 영상의학과를 지원하여 이를 포함하는 과인 방사선과를 돌게 되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후술하겠습니다. 


준비과정
규슈의대 교환학생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교환학생 프로그램과 관련된 모든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그중에는 이번 프로그램에 어떤 과를 지원할 수 있는지 등이 정리되어있는 엑셀표 등이 있습니다. 이를 보고 과를 고르시면 되겠습니다. 다음으로 필요한 자기소개서, 예방접종 증명서와 같은 필요 서류들을 준비하면 되는데 이중 예방접종 증명서의 경우 작성해주는 병원들이 몇 없으니 전화로 확인을 해보시고 가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숙소
숙소의 경우 이번에는 기숙사를 먼저 실습을 돌고 있던 타 대학 학생들이 쓰고 있어 저희는 사설 기숙사를 지원받았습니다(지원금은 별개로 또 받았습니다). 저희가 얻은 숙소는 병원에서 지하철로 30-40분거리에 있는 학생 기숙사였습니다. 세탁기, 가스레인지가 딸린 부엌, 전기 포트, 욕실, 화장실이 있는 방이었으며 그냥 원룸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1층에 식당이 있어 아침과 저녁을 며칠 전에 앱을 통해 신청하면 제공됩니다. 
(기숙사 밥은 매번 맛있었습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양이 좀 적어 자주 밖에서 이것저것 사먹기도 하였습니다^^)

실습
앞에서 말씀드렸다시피 저는 영상의학과를 지원하여 방사선과를 돌게 되었습니다. 굳이 이렇게 분리하여 말씀드리는 이유는 일본의 ‘방사선과’는 우리나라의 영상의학과와 달리 방사선을 사용하는 모든 분과, 즉 방사선종양학과, 영상의학과, 핵의학과, 그리고 중재적 방사선과(IVR)까지 포함하는 분과이기 때문입니다. 규슈대의 경우 특이하게 소화기 내시경 또한 방사선과에서 소화기내과 선생님들과 더불어 담당하고 계시기 때문에 이 또한 참관하게 됩니다. 선생님들께서는 모두 학생에게 관심이 많으시고, 통역기를 돌려가면서 열심히 내용 설명을 해주시려고 합니다.
저같은 경우에는 1주차 소화기 내시경, 2주차 핵의학, 3주차 방사선종양학과, 4주차 영상진단 & IVR 이렇게 돌게 되었습니다. 

1주차 소화기 내시경의 경우 소화기내과 실습에서 참관한 내시경을 통한 진단과 치료와 바륨을 이용한 검사들을 참관하게 됩니다. 방사선과에서 내시경을 보는 이유가 인상적인데, 과거에는 소화기의 영상 검사 방법이 바륨 검사뿐이었기에 소화기 검사=방사선과였다고 합니다. 이후 내시경이 등장하면서 소화기내과에서 자체적으로 검사가 가능해졌으나, 전문의 면허를 국가가 아닌 각 협회/학회에서 발행하던 과거 일본의 특성으로 인해 ‘내시경학회’에서 발급하는 면허를 방사선과 의사가 취득하여 소화기 검사를 방사선과에서 시행하는 것이 가능했기에 현재의 형태가 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수많은 면허의 혼란을 정리하기 위해 국가에서 발급하므로 앞으로는 한국과 같이 내시경은 소화기내과에서, 바륨 검사는 방사선과에서 시행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합니다. 

실습 내용의 경우 소화기내과 때도 참관을 하고 설명을 들었던 내용이겠지만, 방사선과 선생님들께서 해주시는 설명의 경우 내과적 처치가 아닌 영상 소견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이를 해석하는 데 있어 어떤 지식이 필요한지에 집중되어 있어 새롭고 도움이 되는 내용이었습니다. 검사가 비는 시간에는 컴퓨터 앞에 다 같이 둘러앉아 학생 교육용 물자인 내시경 클립 등을 종이에 사용해보기도 하였습니다. 

2주차 핵의학 실습의 경우 골든위크와 겹쳐 화수목 3일만 실습을 돌았습니다. 골든위크라 그런가 검사가 그리 많지 않았고, 검사를 참관하고 이후 선생님의 소견 설명, 그리고 잡담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당시 선생님께서 소견 설명을 하시다가 어디론가 가시더니 교과서를 들고 오셔서 이를 보며 저에게 설명해주시는게 인상적으로 다가왔습니다. 
이틀 차에는 방사성 요오드 치료와 같은 방사성 물질을 이용한 치료를 하는 환자들이 묵는 특수 병동을 소개해주셨습니다. 이 병동의 경우 방사선 피폭을 방지하기 위하여 모든 문에 납 층이 깔려있으며, 당시 입원한 환자가 없어 선생님께서 방사선 계수기를 들고 다니며 바깥의 기초방사선량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디가 특히 방사선이 높은지와 이유 등을 설명해 주셨습니다. 

마지막 날에는 선생님께서 핵의학과의 CT, MRI, CT-MRI, PET 등 모든 검사 기계와 더불어 기반시설의 소개를 해주셨는데, 이 중에서 의료용 입자 가속기가 있는 방까지 들어가 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이 기계는 검사에서 흔히 사용하는 Tc-99m과 같은 물질들을 생성하는 데 사용되는데, 그런데도 훨씬 대규모의 설비가 필요한 물질들이 많아 이것만으로 방사성 물질 수요를 맞출 수는 없다고 하셨습니다. 
(입자 가속기는 1.2m 두께의 콘크리트 벽을 가진 방 안에 있습니다. 문은 전기 모터를 통해 여는데, 열리는 데만 2분이 걸립니다. )

3주차 방사선종양학과의 경우 오전 외래참관 두 번을 제외한 일정은 없었습니다. 외래참관에서 인상적이였던 점은 환자 한 명 당 보통 1시간을 넘는 시간을 할애하며 어떤 검사를, 왜 했으며 그 소견이 어떻고, 이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굉장히 자세히 설명해주시며 오전 외래 동안 환자를 3명, 많으면 5명만 보시던 부분이었습니다. 

4주차 영상진단, IVR은 임상소견, 영상 검사로 이루어진 문제를 풀고 선생님의 해설을 듣는 영상진단과 IVR 시술의 참관으로 나뉘었습니다. 영상진단의 경우 함께 실습을 도는 학생과 주어진 영상 검사를 보고 소견을 적고, 진단하는 것이 목표였는데 이 부분만큼은 기본적인 일본어 회화가 되지 않는다면 굉장히 어려움을 느낄듯합니다. 선생님께서 참고자료로 교과서들을 주시지만 전부 일본어로 되어있기에 결국 한국에서 들고 온 교과서를 읽거나, 또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방법밖에는 없습니다. 이를 학생들과 소통하는 데에 있어서도 기본적 회화가 되지 않는다면 어려움이 있을 듯하였습니다. 문제를 다 풀고 난 뒤에는 선생님께서 문제마다 영상을 보시며 CT, MRI의 각 조영기/촬영 방법의 차이, 이 차이가 어떻게 진단에 도움이 되는지를 설명해주십니다. 이때 또한 각 파트 선생님들께서 번역기와 인터넷 검색을 이용하여 가능한 저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해주시려고 하셨습니다. 

IVR은 중재적 방사선과에서 이루어지는 검사와 시술을 참관하였습니다. 이때 납복을 입고 안에 들어가 비교적 가까이에서 모든 과정을 관찰하고, 결과에서 특징적이거나 중요한 부분을 선생님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이때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병리학과 선생님들께서 현미경, 모니터 등이 달린 카트를 끌고 오셔서 즉석에서 채취된 조직이 적합한 표본인지 아닌지를 판별해주시는 점이었습니다. 
(4주동안 절 챙겨주신 선생님께서 IVR 담당이기도 하셨습니다. )

참여 후기
규슈대 병원 방사선과 선생님들은 모두 학생에 대해 굉장히 우호적이셨습니다. 해외에서 온 학생인 저에게도 검사를 시행할 때 이게 일본에서는 보험이 적용되는지 안 되는지를 알려주셨고 일본 자체적인 진단기준을 사용할 때에는 인터넷 검색과 논문 등을 활용하여 간단하게 설명해주시기도 하셨습니다. 영상에서 궁금한 부분이 있어 손짓 발짓을 동원하여 질문하더라도 여러 케이스들을 예시로 들면서 설명을 해주셔서 굉장히 마음이 편했습니다.
그 외에도 학생들과도 서로 의대 생활의 공통점과 차이점, 졸업 후의 차이점에 대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일본의 경우 수련병원으로 대학병원(상급병원)이 기피된다는 점이었는데, 이는 상급병원에서는 술기를 직접 해볼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러한 점 때문인지 제가 실습을 돌던 시기에 일본에서는 본4와 신인 의사를 대상으로 한 수련병원 컨벤션이 있기도 하였습니다.
(무려 다른 지역에서 오는 열차 비용도 지원이 되는 컨벤션 )

이번 한 달간의 실습은 처음 도는 분과의 실습을, 처음 경험하는 의료 시스템하에서, 익숙하지 않은 언어로 돈다는 점에서 아마 인생에서도 손꼽힐 새로운 경험이 아니었겠느냐는 생각을 합니다. 취미 삼아 공부하던 언어로 검사 소견을 듣고 질문에 대답하는 경험, 선생님들과 학생들과 의료체계의 차이점부터 어떤 회전 스시 프랜차이즈가 취향인지, 여행은 어떻게 가는게 취향인지 등 정말이지 다양한 주제로 잡담을 하던 경험은 앞으로도 즐겁고 소중한 기억으로 간직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타과와 비교하면 검사 결과의 해석, 소견이 더욱 중요한 방사선과의 특성상 일본어 회화, 특히 의학용어들의 발음과 한자에 익숙하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어려움을 겪을 것이 분명하였습니다. 오시기 전에 이에 대한 준비를 어느 정도하고 오시면 주변 사람들의 도움에만 매달리는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저는 한자를 어려워해서 많이 쓰는 한자들에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친구들에게 종일 질문하면서 살았습니다ㅎㅎ) 
이렇듯 정말 앞으로도 계속 남아있을 귀중한 경험을 하게 해주신 석대현 교수님과 학장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며, 저를 너무나도 잘 챙겨주신 방사선과 선생님들께도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같이 실습 돈 친구들과 먹은 스시, 야키니쿠는 평생 못 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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