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김주영access_time 2025.02.04 11:49visibility 61
규슈 가기 전 준비
일본에서는 의학용어를 일본어로 배우기 때문에 학생들이 영어 용어에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습니다. 다행히 교과서에 영어 표현이 괄호 안에 함께 실려 있어, 둘 중 하나만 알아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규슈에 가기 전, 해부학 용어를 영어로 복습했습니다.
그리고 일본은 ‘오미야게’ 문화가 있기 때문에, 조원들에게 작은 간식거리를 나누어줄 수 있도록 한국의 과자와 사탕을 준비했습니다. (그 중 초코파이가 있었는데 후에 일본 편의점에 초코파이가 진열된 것을 봐버렸습니다.)
해부실습 과정
실습 시작 전에 학생 발표를 들으며 실습의 과정과 주의사항을 듣습니다.
실습이 시작되면 학생들은 해부 실습 지침서를 읽으면서 차례대로 구조물을 확인하고, 어려운 부분은 교과서의 그림을 참고하거나 다른 조의 학생, 또는 선생님께 질문을 하며 해결합니다. 규슈 의대 학생들은 어려운 단계가 있더라도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적극적으로 도움을 구하며 순차적으로 진행하려는 모습이 인상 깊었습니다. 규슈 의대의 시험 결과는 우리 학교처럼 Pass 또는 Fail로 발표되는데, 구체적인 점수는 경쟁의 과열을 지양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는듯 했습니다. 그래서인지 다른 조원이 모르는 부분을 물어보더라도 자세하고 친절하게 설명해주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습이 끝나면 홀수 조와 짝수 조가 번갈아 가며 실습의 진행 상황이나 어려웠던 점을 간략하게 발표하는 시간이 있습니다.
우리 학교와의 차이점 중 하나는 골반과 머리의 정중면을 따라 시신을 반으로 갈라서, 코와 입의 안쪽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또한 절단된 구조물은 봉투에 알코올과 함께 담아 별도로 보관하고, 실습을 마친 후에는 시신에 알코올을 붓는 방식으로 보존합니다. 이 덕분에 카데바가 건조되거나 부패되는 것을 최소화하고, 원상태에 가까운 형태로 보존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규슈 의대 해부 실습은 혈관과 신경의 연결을 과감하게 잘라가며 진행하기 때문에, 각 구조물이 어디에서 오고 어떻게 연결되어 있었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었습니다. 또, 상지와 하지를 두 명씩 나누어 맡기 때문에 양쪽 중 한쪽만을 알게 된다는 점도 아쉬웠습니다.
한편, 주기적으로 있는 ‘상호학습’이라는 시간에는 간호대생들이 실습실에 방문했고, 의대생들이 카데바에 대해 설명해 주었습니다. 이 시간에 우리 학교 학생들도 함께 돌아다니며 질문을 할 수 있었고, 폐렴 환자의 폐, pacemaker 등을 관찰했습니다.
일본 학생들과의 교류
실습이 없는 날은 자유 시간이었고, 규슈의대 학생들이 추천하는 맛집에서 함께 식사하며 일본과 한국의 문화 차이, 한국의 정치적 상황 등에 관해 대화하고 서로 알아갈 수 있었습니다.
영어 회화에 자신이 없어 하는 학생들이 많기 때문에 일본어를 공부해가면 더 많은 학생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영어나 한국어를 잘하는 학생들이 통역을 도와주기도 하고, 간단한 단어와 문장으로도 충분히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열린 마음으로 다가가려는 자세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