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김주영access_time 2025.02.04 11:49visibility 51
1. 지원동기
재작년 해부학 수업을 수강하며 인체의 구조에 대해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지만, 아쉬운 점도 남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시간에 쫓겨 자세히 관찰하지 못했던 구조물도 있었고, 구조가 완벽히 이해되지 않아도 이론으로만 암기하고 넘어갔던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해부 실습을 통해 해부학에 대해 더 심도 있게 공부하며 부족했던 부분들을 확실히 채워가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 프로그램은 다른 나라 학생들과 함께 수업을 들으며 서로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습니다. 일본 의대생들의 생활이나 문화, 교육환경이 한국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했고, 특히 같은 전공을 공부하는 외국인 친구들과 교류할 수 있다는 점이 아주 매력적으로 다가왔습니다.
2. 해부 실습
(날짜, 오전/오후, 발표 조, 청소 확인 조, 상지/하지 해부 내용)
위의 일정표처럼 1.5~1.18 2주간 총 5번의 해부 실습에 참가하였습니다.
1) 해부 진행 방식
수업이 시작되면 2~3개의 조가 돌아가며 그날 해부할 구조에 대해 발표한 후, 해부를 시작합니다. 규슈의대에서는 카데바 1구당 4명씩 조를 이루고, 조마다 2명씩 상지 팀과 하지 팀으로 나뉘어 해부를 진행합니다. 8명이 자율적으로 해부를 했던 인제대와 달리, 상체를 맡은 조원은 딱 상체만 해부를 하고 상호학습시간에 서로 해부했던 구조물을 공유합니다. 수업마다 조원들은 돌아가며 리더와 일반 조원을 맡으며, 리더는 파란 앞치마를, 일반 조원은 하얀색 앞치마를 착용합니다. 규슈의대에서는 장화와 일회용 앞치마, 팔토시, 헤어캡을 제공해주어 매번 앞치마와 팔토시를 세척할 필요가 없었고, 덕분에 매우 쾌적하게 실습을 진행할 수 있었습니다.
해부가 끝나면 다시 카데바를 큰 비닐에 넣고 카데바 위에 수건을 깔아 에탄올을 적셔줍니다. 이는 카데바가 마르지 않고 촉촉한 상태로 유지되도록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한국에서 해부를 할 때에는 포르말린 냄새가 많이 나기도 하고, 어떨 때는 카데바에 곰팡이가 피기도 했는데 이런 방식으로 하니 조금 더 쾌적하게 해부를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셋째 날은 ‘상호학습시간’이었는데 이 시간에는 상지, 하지 팀 간에 각자 해부한 부분을 공유하고, 다른 조의 카데바를 관찰하기도 합니다. 또. 다른 의료 관련 학과 학생들이 견학을 오기도 했는데 조원들은 각 조에 배정된 견학 학생들에게 카데바를 보여주며 전체적인 구조를 설명해주었습니다.
2) 한국과의 차이
해부를 하면서 한국과 정말 다르다고 느꼈던 부분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해부를 진행하는 방식이 정말 달랐습니다. 한국에서는 최대한 카데바를 절단하지 않고 신경, 혈관의 주행을 관찰하는 데에 중점을 둔다면, 규슈의대에서는 얼굴, 몸통, 팔, 골반, 다리로 절단하여 각 부위의 내부 구조를 다 확인하는 데에 집중하는 느낌이었습니다. 특히 얼굴과 골반은 좌우로 한 번 더 절단하여 내부 구조와 단면도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에서는 카데바를 절단하지 않기에 앞쪽을 해부하다 뒤를 해부하려면 조원들이 다 같이 힘을 모아 카데바를 뒤집어야 했던 기억이 있는데, 규슈의대에서는 부위별로 절단되어 있다 보니 간편하게 구조물들을 꺼낼 수 있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해부를 할 때에는 주로 교수님의 가이드 영상이나 해부 앱을 많이 참고했었는데, 규슈의대 학생들은 아틀라스 교과서와 지침서를 참고했습니다. 일본에서도 공부할 때는 패드를 많이 사용한다고 하는데, 해부를 할 때는 책만 본다고 합니다. 영상이나 3D 사진 없이 책만으로도 해부를 원활히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는데 그만큼 지침서에 해부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있는 것 같습니다.
카데바를 보존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차이가 있었는데, 장기들을 관찰한 후 다시 카데바 속에 넣어 원래 상태 그대로 보존하는 우리 학교와 달리 규슈의대에서는 주요 장기들을 각각 에탄올이 든 비닐에 넣어 상자에 따로 보관합니다. 안쪽 구조물을 관찰하기 위해 장기들을 꺼내고 또다시 넣어둘 필요가 없으니 매우 편리한 방법이라 느껴졌습니다.
3) 해부 내용
저는 주로 상지 팀에 참여하여 부비동, 눈확의 구조, 안구, 외이/중이/내이를 관찰하였습니다. 학교에서 코안을 배울 때 콧길, 코선반뼈, 코곁굴의 구조를 그림으로만 보니 실제로는 어떻게 생긴 건지 잘 와닿지 않았는데, 얼굴을 절단하여 안쪽 단면을 직접 관찰해보니 구조가 확실히 이해가 잘 되었습니다. 단면의 모습이 정말 교과서 그림 그대로 생겨서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또, 학교에서는 이론으로만 배웠던 안구를 적출하여 해부하면서 수정체, 유리체, 망막. 홍채, 시신경 등의 구조를 직접 만져볼 수 있어 각각의 특징을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머리뼈의 경우에도 벌집뼈나 눈물뼈와 같이 안쪽에 있는 뼈들을 직접 보니 다른 뼈들과의 위치 관계가 훨씬 머리에 잘 들어왔습니다.
2. 일본 의대 학생들과의 교류
일본어를 아예 할 줄 몰라 가기 전에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조에 영어를 잘 하는 친구가 있어 소통하는 데에는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해부할 때도 옆에서 오늘 찾아야 할 구조물을 영어로 하나하나 알려주고, 일본어를 이해하지 못하는 저를 배려해 매번 어떤 상황인지 설명해주었습니다. 다른 조원들과도 얘기를 하다가 소통이 막힐 때는 이 친구가 통역을 해주었기에 해부시간에 조원들과 많은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습니다. 일본 의대의 문화가 궁금해 많은 얘기를 물어보았는데, 같은 의학의 길을 걷는 친구들인 만큼 진로에 대해 비슷한 고민을 하는 친구도 있었고, 굉장히 공감되는 부분도 많아 동질감이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한국과 다른 일본의 문화들도 많이 알 수 있었고, 저와는 다른 생각들을 들을 수 있어 정말 재미있었습니다.
다들 K-pop에 관심이 많아서 좋아하는 가수 얘기도 많이 나누었는데, 옆 조에는 한국 아이돌을 좋아해서 아이돌 영상을 보며 한국어를 공부한 친구도 있었습니다. 한국어로 얘기를 나눴는데 너무 유창하게 말을 잘 해서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수업이 없는 날에는 조원들과 함께 유명한 음식점에 가 밥을 먹기도 하고, 함께 간 동기들의 조원들이나 해부할 때 얘기를 나누었던 다른 조 친구들과도 함께 시간을 보냈습니다. 다들 정말 친절하게 대해주었는데, 밥을 사주거나 함께 놀고 나서 숙소까지 차로 태워다 주는 등 저희를 많이 배려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먼저 약속도 잡고 일본인 친구들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다 보니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배정되는 조들이 한국인 배정을 희망해 신청을 받았던 조들이라고 하니 먼저 말도 걸고 적극적으로 다가가면 반겨주는 친구들이 많이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3. 일본 의대 학생들의 문화
규슈의대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활발히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계체조, 골프, 궁도, 요트 등 우리나라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특이한 동아리를 하는 친구들도 있어 신기했습니다. 들어보니 고등학교 때도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동아리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합니다. 학교에 정말 다양한 동아리들이 있고 어릴 때부터 학업에만 열중하는 것이 아니라 취미활동에 시간을 많이 쓰는 문화가 새롭게 느껴졌습니다. 또한, 규슈의대 친구들은 대부분 학교를 다니면서 아르바이트를 병행했는데, 과외부터 서빙, 안내 직원, 키자니아 관리자까지 정말 다양한 아르바이트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실습을 간 2주에 성년의 날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일본에서는 성년의 날이 국가 공휴일로 지정될 만큼 큰 행사라고 합니다. 여자는 기모노를, 남자는 정장을 입고 각 지역에서 주최하는 성년식 행사에 참여하여 친구들과 함께 사진을 찍습니다. 같이 밥을 먹었던 일본인 친구도 만 20세가 되는 나이라 성년의 날에 쓸 네일팁을 같이 골라주러 갔던 기억이 납니다.
4. 마무리하며
해부 실습을 통해 학문적으로도 많은 것을 배웠고, 일본 의대생들과 교류하며 다양한 문화적 차이를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규슈의대 친구들과 함께 보냈던 2주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주신 인제대학교와 규슈대학교에 정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