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ip Menu

해부실습 김나현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 2020.02.13 16:19 203


본과 1학년 말, 규슈의과대학 교환학생 모집공고를 보게 되었다. 평소 외국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에 관심이 많아 여러 나라로 여행 다니는 것을 좋아하고, 일본 의대의 교육방식을 알아보고 학생들을 만나 볼 수 있을 것 같아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했다. 예과 2학년때 해부를 공부하기는 했지만 다른 과목들을 공부하면서 시간이 지나 많이 잊어버려서 복습을 하고 싶기도 했고, 일본은 해부를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는지 궁금했다.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다는 설레임을 가득 안고 후쿠오카로 출발하였다. 내 캐리어에는 친구들에게 줄 선물이 들어있었다. 나에게 선물을 고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인데, 가뜩이나 일본인에 대해서 아는 것이 없어서 더욱 힘들었다. 먹을 것도 좋지만, 뭔가 한국적이면서도 실용적인 물건을 주고 싶어서 고민했고, 그 결과 제주도의 향을 담은 섬유 향수를 준비해갔다.  


운이 좋게도 같이 간 동기들은 모두 착하고 잘 통하는 친구들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낯선 해외에 가는 것이었지만, 편안한 분위기가 조성되어서 금방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후쿠오카에 도착한 첫날에는 석대현 교수님, 최석진 학장님과 함께 식사를 하며 주의해야 할 점, 특히 시간 약속을 잘 지켜야 한다는 것을 듣고 하카타역을 구경한 다음 우리끼리 회식을 하고 마무리 하였다. 둘쨋날부터 바로 해부를 하였다. 사실 첫날은 인사만하고 오는 줄 알았는데, 해부도 해야 한다고 해서 매우 당황했다. 왜냐면 마음의 준비가 안되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바로 일본 친구들을 만난다고 생각하니, 매우 매우 긴장이 되었다. 맨 앞에 서서 인사를 하는데 영어로 말해야 되어서 더욱 긴장되었다. 내가 배정받은 조는 3조였다. 처음 만났을때 서로 어색하고 영어로 대화가 잘 되지 않아서 조금 힘들었다. 남학생 3명, 여학생 1명으로 이루어진 조였는데, 그래도 여학생은 첫날부터 굉장히 적극적으로 나를 잘 챙겨주었고 다른 남학생들중 한명은 영어를 잘해서 내게 질문도 해줘서 매우 고마웠다, 다른 친구들은 내가 먼저 말을 걸면 대답을 해주는데, 먼저 말을 많이 걸지는 않았다. 나중에 다른 일본친구들이 알려줬는데, 대부분의 남학생들은 shy하고 특히 영어를 쓰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 먼저 말을 잘 안 한다고 했다. 나는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내가 먼저 다가가기로 했다. 먼저 적극적으로 다가가지 않으면 해부만 하다가 대화도 많이 못하고 끝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첫주에는 내가 먼저 말을 걸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자꾸 질문하면 조원 친구들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은 아닐까 걱정이 많이 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소극적인 것보다는 적극적인 것이 좋을 것 같아 해부하는 친구 옆에 가서 물어보기도 하고, 도움이 될만한 보조적인 일들을 먼저 하겠다고 했다. 그 덕분인지 시간이 갈수록 친구들도 점점 마음을 열었고 나중에는 내게 먼저 말도 많이 걸었다. 영어가 점차 익숙해져서 그런지, 친구들의 영어 말하기 실력은 점점 늘었고, 의사소통도 더욱 잘 되었던 것 같다. 특히 일본은 카카오톡대신 라인이라는 메신저를 쓰는데, 친구들한테 라인 아이디를 물어봐서 한명 한명과 대화하려고 노력했다. 물론 각 조의 분위기는 다양했다. 매우 적극적인 조원들로 이루어진 조도 있었고, 소극적이라서 동기 친구와 대화를 많이 하지 못한 조도 있었다. 

규슈의대에서 해부를 하면서 느꼈던 인상 깊었던 특징 3가지가 있다. 첫째, 학생들이 상지와 하지를 나눠서 두명씩 해부를 한다는 점이었다. 인제의대에서는 특정 부분을 맡아서 하지는 않았는데, 규슈대학은 담당하는 파트를 정해놓고 상지면 상지, 하지만 했다. 내 생각에 장점이라면, 본인이 맡은 부분에 대해서만큼은 정확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고 약간 아쉬운 점은, 본인이 맡지 않은 부분은 잘 모른다는 점인 것 같다. 우리도 두가지 방식을 적절하게 섞어서 한다면 더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로, 1주에 한번 다른 대학의 타과에서 해부 참관을 하러 오며, 학생들이 직접 설명을 한다는 점이다. 인제의대에서는 내가 타과 학생들이 참관하러 왔을 때 설명을 해줄 기회가 없었는데, 규슈의대는 해부참관이 매우 활발하게 이루어져있었다 이런 활동을 상호학습이라고 한다. 또한 서로 조를 바꿔서 체크리스트 확인을 하는데, 상지를 담당한 친구들은 하지를 확인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실습에 능동적으로 참여한다는 인상을 받았다. 세 번째로, 장기와 뼈를 절단하여 내부구조까지 자세하게 해부하는 방식으로 실습을 진행하는 점이다. 우리는 신경, 정맥, 동맥을 중심으로 구조물을 살려놓고 전신에서의 주행을 위주로 보았다면, 규슈의대는 확인하고 나면 잘라내고 더 깊은 구조물을 관찰했다. 예를 들면 골반의 뼈를 톱으로 잘라내어 우리는 보지 못했던 신경 plexus를 관찰하고, 눈도 해부하여 눈의 구조도 관찰하고, 남성의 생식기를 해부하여, ductus deferens를 봤고, 얼굴뼈를 완전히 들어내어 masseter muscle과 그 아래 구조까지 확인했다. 덕분에 한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속 구조물들을 볼 수 있었다. 우리학교에서도 이러한 방식으로 하는 것이 조금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왜냐하면 해부를 마치고 다른 과정의 공부를 하면서, 장기 내부 구조물에 대해서는 눈으로 직접 본 적이 없어서 추상적으로만 아는 느낌이 들어 와닿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면도 직접 잘라보고 한다면 뼈와 장기의 깊은 속 구조물도 알수 있을 것이고, 앞으로의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이라고 생각한다. 또한 규슈의대 친구들은 의학용어를 완전히 일본어로만 공부한다고 했다. 영어, 한글, 한자 용어를 모두 알아야 하는 우리와는 대비되는 점이었다. 

 

12일동안 5일간 실습을 했는데, 나는 해부뿐만 아니라 특별한 경험을 한가지 더 했다. 해부가 끝나고 다음 수업인 유전학을 청강했다. 다른 기초과학 수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궁금했기 때문이다. 물론 알아들을 수는 없었지만 MHC에 대한 수업이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교수님께서는 ppt를 전혀 쓰시지 않고 칠판과 구두로만 설명하셨다. 몇몇 학생은 수업을 열심히 듣기도 했고, 다른 학생은 해부공부를 하기도 했다. 교실 분위기가 우리학교 예과때와 비슷한 것 같아서 친숙하고 재미있었다. 나머지 시간에는 규슈의대 일본 친구들을 단체로 만나기도 하고, 우리 조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같이 간 동기 친구들과 현지 맛집도 다니고 세이류 온천도 갔다. 또한 처음 보는 일본 친구들과 학교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하기도 했다. 규슈의대에 오기전만 해도 과연 내가 일본 친구들과 친해질 수 있을까? 의사소통은 될까? 반신반의 했는데, 서로 영어는 서툴지만 그래도 의사소통은 다 되고 심지어 말하지 않아도 웃기기도 했다.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지막날, 벌써 정이 들어서 매우 슬펐고 돌아가는 발걸음이 무거웠다. 하지만 난 이번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된 친구들과 분명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몇몇 친구들은 올해 봄, 여름에 한국에 올 것이라고 했다. 이번에는 내가 반갑게 맞아주어야겠다^_^. 만약 이 프로그램에 신청할지 고민하는 후배들이 있다면, 본인이 새로운 경험에 도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신청하길 강력히 추천한다.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