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인제대학교 의과대학 관리자access_time 2020.02.13 16:25visibility 203
저는 2020년 1월 5일부터 1월 16일까지 약12일 간 일본 규슈대학교로 해부실습을 다녀왔습니다. 저는 본래 해부학 자체도 굉장히 흥미가 있었고, 일본이라는 나라 자체에도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예과 1학년 시절, 처음 이 프로그램이 있다는 사실을 들었을 때부터 기회가 주어진다면 꼭 해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었습니다. 교환학생 프로그램에 발탁되고 난 후, 저는 크게 두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하나, 일본 의대의 해부학 교육 및 실습과정 알아보기. 둘, 일본 의대생 친구들을 만나 친해지고 여러 대화를 나눠보기. 프로그램이 끝난 후 이런 목표들과 관련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우선 일본 의대의 해부학 교육과 실습과정에 대한 생각입니다. 규슈의대의 해부학 실습과정은 우리 학교와는 사뭇 달라서 굉장히 놀랐고, 더불어서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었습니다. 재작년에 우리 학교에서 해부를 하였을 때에는, 카데바를 전혀 절단하지 않고 카데바 그대로를 유지해가며 해부했었습니다. 그런데 규슈의대는 다리도, 팔도, 척추도 전부 가로면(transversal)으로 절단해서 그 단면을 관찰하고 있었습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골반과, 심지어 해골까지 시상면(sagittal)으로 절단하여 그 단면을 관찰했습니다. 처음 보는 모습이었습니다. 덕분에 뼈의 내부모습, 팔다리 근육의 단면 배치를 교과서로만이 아닌 실제로 확인해 볼 수 있었습니다. 또한, 제작년에 교과서 그림만 보고 이해하느라 많이 힘들었던 비강과 골반 안쪽, 인두 및 후두 부분까지 직접 눈으로 볼 수 있어 너무나도 행복하고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실제로 보니깐 확실하게 그 구조를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반면에, 이런 식으로 모든 구조물을 절단해서 관찰하다 보니, 신경이나 혈관의 주행을 관찰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같은 조였던 친구들에게 이렇게 다 잘라놓으면 주행을 보기 어렵지 않냐고 물으니, 주행에 굳이 연연해하지 않는다는 식으로 답해주었습니다. 제작년에 해부했을 때를 생각해보면 근육이든 신경이든 혈관이든 주행이 참 중요했었던 것 같은데... 같은 해부학을 공부함에도 나라별로, 학교별로 초점을 맞추는 부분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직 임상과정을 완전히 배우지 않아서 어떤 방식의 해부학 실습이 더 유익할지는 모르겠지만, 저로써는 기존에 어려워하던 부분들을 직접 관찰할 수 있어서 도움이 많이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 되게 괜찮다고 생각한 수업은 ‘견학 학생들 설명해주기’ 수업이었습니다. 저는 총 5번의 해부실습에 참가하였는데, 그 중에 번은 직접 해부하는 수업이 아닌 다른 과에서 견학 온 학생들에게 설명해주는 수업이었습니다. 각 조에 타과 학생이 두명 정도 배치가 되면, 그 학생들에게 우리 조의 카데바에 대해 일일이 짚어가며 설명해주었습니다. 이런 수업은 한 학기에 약 10번에서 많게는 20번까지도 한다고 합니다. 제가 참가한 ‘설명해주기’ 수업은 학기 말 쯤에 었어서, 저희 조원 친구들은 이미 10번 넘게 설명을 해본 친구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인지 거의 교수님이 설명해주시는 것처럼 능숙하게 설명을 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학교에도 이런 수업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타과생들은 일일이 누군가가 붙어서 설명해주니 이해가 빠를 것이고, 의대생들은 여러번 설명을 하니 더더욱 그 구조에 대해 능숙하고 완벽해질 것입니다.
두 번째로 일본 의대생 친구들을 만나 친해지기입니다. 생각보다 일본인 친구들과 더 많이 친해지고 더 많이 정이 들어서 오히려 한국으로 돌아갈 때 아쉬운 마음이 가득했습니다. 짧은 일본어와 영어 실력 탓에 잘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도 많이 되었었지만, 막상 친구들을 만나고 나니 손짓 발짓 온몸을 써가며 대화하고 친해졌습니다. 특히 해부시간에 한국어와 일본어가 발음이 유사한 것이 많아서 친구들의 말을 좀 듣다보니 대충 무슨 말을 하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서로 용어를 알려주며 또 친해졌습니다. 조원 친구 중에 한명이 근육과 근육 사이에 막이 있는 것을 설명할 때 여러 제스처를 사용해 가며 설명 해 주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아마, 그 친구가 설명 해 주었던 일본어로의 근육과 막, 그리고 그 제스쳐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그 이후 다 같이 연락처도 교환하고, 또 같이 여러 번의 식사를 하면서 마지막에는 장난도 칠만큼 친해졌습니다. 한국에 돌아오기 전날, 다 같이 모츠나베를 먹으며 다음에는 한국에서 다 같이 김치찌개를 먹자고 했던 것이 아련합니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 프로그램에서 사귄 여러 일본인 친구들과 아직도 연락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저에게 정말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다른 나라의 해부학 교육과정에 대해 알 수 있었고, 기존에 우리학교에서 보지 못했던 여러 가지를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또, 일본인 의대생 친구들을 만날 수 있는 귀중한 시간이었습니다. 일본인 친구들이 생기니, 일본어 공부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본과 4학년 때에 있을 임상실습이나, 기타 여러 교환학생 프로그램이 있다면, 꼭 다시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에게 이런 소중한 기회를 주신 학교 교수님, 선생님 분들 모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