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e 김주영access_time 2025.02.04 11:49visibility 69
1. 진행과정
7월 정도에 규슈의대에 교환 실습을 가게 될 학생을 의과대학 홈페이지에서 공개적으로 모집합니다. 교수님과 간단한 면접을 통해 선발된 인원이 실습에 참여할 수 있으며, 2주 동안 규슈의대 학생들과 함께 해부 실습을 진행합니다. 이번 실습의 경우 공식적으로 2024년 1월 5일부터 18일까지 2주간 후쿠오카에 머물렀으며 그중 5일을 규슈의대 학생과 함께 해부 실습수업을 들었습니다.
처음 등교한 날 규슈의대 교수님과 간단한 인사 후 바로 해부실습실로 이동합니다. 우리 학교의 해부시스템과 상당 부분 유사하게 진행되며, 각각의 조마다 한 명씩 배정되어 그 조 학생들과 함께 카데바를 해부합니다. 24년 초 기준으로는 각 조당 4명, 28개의 조가 있었으며 우리 학교 실습 인원이 5명이었으므로 5개의 조에 한 명씩 배정되었습니다. (추후 조원에게 물어보니 조 배정은 랜덤으로 학생 배정은 제비뽑기를 통해 순서대로 뽑아간다고 합니다!) 해부 내용 대부분은 움생뇌를 하면서 이미 학습하였기 때문에 간단하게 복습만 하고 가시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제가 간 2주 동안에는 얼굴의 동맥, 비강, 안구 구조를 해부하여 관찰하였습니다.) 각 조에 배정된 뒤 2시간 반 동안 해부를 진행하는데, 첫날은 조원들과 간단한 인사 정도 나누고 조원 중 의사소통이 가장 원활한 한 친구(일본어를 못하면 영어를 잘하는 학생)와 같이 해부를 합니다. 참고로 위에서 언급한 4인 1조의 구조에서 2명씩 세부적인 조를 또 나누어 상체와 하체를 나누어 담당하게 됩니다. (저는 처음부터 끝까지 상체를 담당하였습니다.) 이렇게 총 5일 동안 (2024년 기준) 해부를 끝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합니다.
2.소감
학교에 입학한 뒤 가장 인상깊었던 기억을 꼽으라고 한다면 졸업 때까지도 항상 이 실습 경험을 이야기할 것 같습니다. 그만큼 2주라는 짧은 시간에도 정말 행복하게 지내고 왔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많이 여행 간 나라가 일본이었기 때문에 일본 문화에 익숙한 상태였는데, 실제 일본인들과의 인연을 통해 새로운 사람들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이었습니다. 크게 두 가지 관점에서 영감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먼저, 해부 과정에서 한국과는 다른 일본의 해부 학습 방식에서 놀라움을 느꼈습니다. 움생뇌 해부 수업 당시 우리의 해부 수업에서는 구조물의 전체적인 주행 경로와 온전한 형태 자체를 구별하여 관찰하는 것이 해부의 첫 목적이었는데, 일본의 해부 수업은 대부분의 장기를 다양한 절단면에 따라서 절단 후 관찰하기 때문에 장기들의 내부 구조를 관찰하기가 매우 용이하였습니다. 특히 우리 해부과정에서는 정확하게 관찰할 수 없었던 비강의 구조 (nasal conchea)라던지 귀의 내부 구조, 안구까지 모두 적출하여 절단면 기준으로 관찰하기 때문에 교과서상으로만 확인할 수 있었던 내부 구조들에 대해서 세부적으로 관찰할 수 있었습니다. 두 번째로, 수업 자체가 학생들이 주체적으로 참여하는 수업이 대부분이었습니다. 해부를 시작하기 전 특정 조를 배정하여 해부 구조물에 대하여 발표를 한 뒤 교수님께서 첨언해주는 방식으로 해부가 진행되었고, 상호학습이라는 교육과정을 통해 해부학을 공부하는 타과 학생들에게 직접 해부한 구조물들을 설명하는 시간이 정기적으로 존재하였습니다. 학습에 있어 학생들이 스스로 본인의 지식을 정리하고 설명할 수 있는 시간이 풍부하여 실습 경험과 이론 공부의 괴리감을 최소화하려는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우리 학교의 경우에도 다양한 해부 방법을 도입하고 경쟁적 시험 이외의 본인의 학습을 보완할 수 있는 여러 기회가 생기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습니다. 다만, 일본에서는 아틀라스와 해부 지침서로 거의 모든 해부를 진행하기에 우리나라에서 어플이나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해부를 학습하는 과정은 잘 정착되었다고 느꼈습니다. (해부 어플 깔아서 같이 해부하면 같은 조 학생들에게 큰 사랑을 받을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일본 학생들의 생활방식과 문화에서 많은 점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평생을 한국에서 나고 자랐기 때문에 매체를 통해서만 일본을 알고 있었는데, 실제로 질서정연하고 타인에 대한 존중과 배려로 가득한 학생들을 보고 개인적으로 많은 반성을 했던 것 같습니다. 기본적으로 타인의 생활과 개성을 존중하며 조화로움을 추구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데, 개인과 개인을 우열관계가 아닌 상호보완적 관계로 생각하는 사고관이 기저에 존재한다고 느꼈습니다. 우리는 가끔 남들이 듣고 싶은 말이 아닌 본인이 하고 싶은 말을 하기에 바쁜데, 남에게 항상 경청하고 진심으로 반응해주는 것이 일본에서 흔한 것도 이러한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이외에도 일본의 교육 시스템과 학생들의 학습 방법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우리나라와는 크게 다르지 않아 신기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의과대학 학생으로서 재학 중인 타국의 의과대 학생과 함께 수학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기회였기 때문에 익숙하면서도 낯선 경험으로 가득한 2주였습니다.
3. 실습을 떠나실 후배님들께 남기는 조언
위에서 언급하였던 실습 과정들 잘 숙지하여 가시면 빠르게 생활에 적응하실 수 있을 겁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은 저희가 규슈의대 학생에게 있어 방문객이라는 사실을 잊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2주간 타 국가의 의대 학생들처럼 사는 것이기 때문에 한국에서의 문화와 관습보다는 해당 학생들의 성향과 질서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 상호호혜적인 관계 형성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어를 조금 더 공부해서 현지 학생들과 이런저런 대화를 많이 나눠보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혹시 가시게 된다면 기초적인 회화나 의사 표현 문장들은 외워가시면 일본 친구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으실 것 같습니다. 또한 케이팝이나 한국 음식 (김, 허니버터아몬드)에 관심이 많은 친구들이 대부분이니 간단한 선물로 준비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는 일은 단순히 두 사람의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사랑은 서로의 구름과 빛과 시간을 서로에게 매는 일련의 과정이라는 시의 구절과 같이 규슈의대 학생들과 함께 실습하면서 많은 것들을 느꼈습니다. 사소한 단어 하나에도 타인을 대하는 그들의 생각과 질서를 배울 수 있었고, 우리나라보다 조금은 느리게 흐르는 것 같은 시간 속에서 삶의 의미와 여유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더불어 현재 전공과 관련한 학습까지도 필수적이기에 학습의 외연을 넓힐 수 있었던 뜻깊은 경험이었습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신 교수님과 학교 관계자분들께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