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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학과 4학년 학생, 모잠비크 보건의료 현장 체험 수기

 김주영 2026.04.08 10:2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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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사후관리 컨설팅단에는 전문가 교수진뿐만 아니라 의과대학생이 인턴으로 참여해 글로벌 보건의료 현장을 직접 체험했다. 9일간의 여정을 통해 모잠비크의 척박한 현실을 마주하며 예비 의사로서 자신만의 '미션'을 정립하고 돌아온 김민지 학생의 진솔한 기록을 전한다.

 

이번 모잠비크 방문은 인제대학교 국제개발협력센터에서 수행 중인 공적개발원조(Official Development Assistance, ODA) 사업의 일환으로, 우리학교에서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교원양성과정을 수료한 모잠비크 교원들의 교수자로서의 교육 역량을 평가하고, 현지 의학교육 환경을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이에 따라 교원들이 강의하고 있는 유니리쿵고(UniLicungo) 의과대학과, 학생들의 임상실습교육이 이루어지는 켈리마네 중앙병원을 중심으로 현지의 교육 상황과 의료 체계가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살펴보았다. 나는 이전부터 다양한 나라에서 일하고 싶다고 생각해 왔는데, 내가 왜 그러고 싶은지,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설명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번 기회를 통해 내가 이루고 싶은 나만의 미션을 설정할 실마리를 발견하고자 했다.

 

모잠비크의 수도는 마푸토이다. 공항에서 마푸토 시내로 들어가는 도로에는 차선과 횡단보도가 없다. 중고 신발을 한 짝씩 늘어놓은 시장을 지나면 고급 호텔과 슬레이트 지붕을 얹은 시멘트 벽돌집이 뒤섞여 있고 종종 싱크홀이 있다. 수도인 마푸토에서 유니리쿵고 의과대학이 위치한 켈리마네에 가려면 프로펠러 비행기를 타야 한다. 두 도시를 연결하는 비행기는 단 한 대이다. 켈리마네에서 출발한 비행기가 마푸토에 와야 그 비행기를 타고 마푸토에서 켈리마네로 갈 수 있어, 다함께 정시에 비행기를 타려면 많은 사람의 협조가 필요하다. 항공편 지연으로 공항에서 아홉 시간을 기다린 후에야 켈리마네로 갈 수 있었다. 새벽 한 시에 폭우를 맞으며 비행기에서 내렸는데, 우리가 수집해야 할 설문지와 인터뷰 질문지, 인터뷰 대상자에게 나누어 줄 선물 등이 들어있는 중요한 캐리어가 오지 않았다. 모잠비크의 전반적인 사회 체계가 어떠한지를 알게 된 시작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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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우리는 리쿵고 대학교로 향했다. 켈리마네는 마푸토와는 또 다른 풍경이었다. 도로는 건설 후 보수가 되지 않아서 포트홀이 너무 많아 차가 달릴 수 없었다. 정강이의 절반까지 들어가는 포트홀을 만나면 차가 잠시 인도에 올라가 주행하다가 다시 차도로 내려오기도 했다. 도시 전체에 하수도가 없어서 한 번 물이 차오르면 잘 빠지지 않는다. 흥건한 거리 양옆으로 늘어선 단층 시멘트 벽돌 건물에는 보통 문, 창문, 지붕 중 하나가 없었고 가정집에는 수도와 전기가 없었다. 기본적인 생활 기반 시설이 제대로 갖추어지지 않은 모습을 보며, 나는 의료나 교육을 비롯해 어떤 시스템도 안정적으로 작동하기가 어렵겠다고 생각했다. 또한 나는 이전까지 의료 체계를 병원 주변에 한정하여 생각했었는데, 병원 밖 공간의 영향력이 매우 큰 세계를 보니 의료 체계에 대한 접근을 달리 생각하게 되었다. 환자가 문을 열고 진료실에 들어오는 것부터가 아니라, 환자가 집에서 병원까지 오는 과정부터 고려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잠비크는 고온다습한 열대성 기후에 속하는데, 유니리쿵고 의과대학 강의실에는 에어컨이 없었다. 오로지 빔프로젝터 하나만 작동하는데도 두 시간에 한 번 꼴로 전기가 나갔다. 그런 강의실 2개를 6개 학년이 번갈아 사용한다고 한다. 학습의 지속성이 유지되기 어려운 환경이다. 유니리쿵고대학은 우리나라로 생각하면 Y대 정도의 대학이다. 유니리쿵고 의과대학에 입학하기 위해 주변의 여러 도시에서 학생들이 찾아오는데, 6-70명을 뽑는데 천여 명이 지원한다. 우리나라의 1950-60년대 모습처럼, 자원이 제한된 환경이라 교육에 대한 수요가 더 높을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동시에 교육 자원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상태로 인적 자원을 양성하는 구조는 지속 가능하기 어려워 보였다.

 

일체형 책상이 빽빽히 담긴 강의실에서 40여명의 학생 중 단 한 명만이 노트북을 가지고 있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노트만 가지고 있었다. 교과서도 도서관도 없고, 전자기기가 없어 강의 ppt를 받을 수도 없으니 강의 중 자신의 노트 필기가 유일한 공부 자료가 된다. 환경이 이러하니 모든 학생이 오로지 강의에만 집중한다. 교수가 질문을 던지면 많은 학생들이 일어나 자신의 의견과 근거와 예시를 이야기했다. 모잠비크에서는 어렸을 때부터 대화를 통해 교육하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강의자의 질문에 적극적으로 대답하고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사람이 많지 않은 우리나라에 비해 강의 흐름이 훨씬 유연했고, 더불어 참여하고 싶어지는 분위기였다. 내가 교육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소 중 하나는 교육에 참여한 사람들의 적극적인 상호작용인데, 교육 자원이 부족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모든 학생이 능동적으로 강의에 참여하는 유니리쿵고 의과대학 강의실의 풍경이 매우 인상깊었다. 지식의 체계적인 전달이라는 측면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있겠지만 물리적 자원을 인적 자원으로 어느 정도 극복해 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형태의 강의를 수강한 유니리쿵고 의과대학 학생들은 어떤 방식으로 성적 평가를 받는지 궁금했다. 최근까지도 유니리쿵고 의과대학에서 유급을 결정하는 방식은 아주 간단했다고 한다. 학생들을 줄지어 세우고, 교수가 걸어가면서 질문을 하나씩 던진다. 만족스러운 답을 하지 못하면 바로 가방을 싸서 집에 가야 한다. 그 날이 학교에서의 마지막 날인 것이다. 유니리쿵고 의과대학 학생들은 자신의 역량을 충분하고 적절하게 평가받을 기회를 많이 가질 수 없었다. 물론 이러한 평가 방식이 학생들의 긴장도와 학습 집중도를 높일 수는 있겠지만, 학생의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하기에는 구조적인 한계가 커 보였다. 우리학교에서 주말시험, 과정말시험, CPX, OSCE 등 다양한 방법으로 학생을 평가하는 것과 너무 대비가 되어, 이러한 유급 결정 방식에 동의하기 어려웠다. 자원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신뢰성과 타당성이 높은 학생 평가 방식을 도입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생각했다. 또한 이렇게 학습에 대한 책임이 개인에게만 집중되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학생들이 열정적인 태도로 학습에 임하는 것이 인상깊었다.

 

유니리쿵고 의과대학 학생들은 걸어서 켈리마네 중앙병원으로 간다. 차로 10여분 거리지만 시내버스가 없다. 그렇게 도착한 병원에는 학생용 강의실이 1개인데, 다른 3개 의과대학 실습생들과, 여러 곳에서 온 간호학과, 물리치료학과, 조산사 실습생들과 함께 사용한다. 보통 학생들은 병원 계단에 앉아서 햇빛을 받으며 공부한다. 실습생들의 바람을 들었다. 강의실이 필요하다. 등교하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해 식당이 있으면 좋겠다. 학교와 병원 간 교통수단이 있으면 좋겠다. 교과서나 논문 같은 공부할 자료가 있으면 좋겠다. 기숙사가 있으면 좋겠다. 장학금 제도가 있으면 좋겠다. 학생들이 공부에 집중하기가 어려운 상황임이 명백했고, 이러한 환경에서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학습 성취도를 끌어올리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켈리마네 중앙병원은 이 나라에서 두 번째로 큰 중앙병원이다. 가로로 넓게 펼쳐져 있고, 엘리베이터는 없다. 켈리마네 중앙병원에서 근무하며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수는 월급 80만원을 받는다. 켈리마네 주유소에서 기름은 리터 당 2천원이다. 그래서 교수들은 늘 기름을 바닥만 채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정적인 교원들이 교수법을 배워 학생들을 가르치고자 하지만 이들을 위한 지원이 이루어지지 않아, 교육을 지속하려는 개인의 헌신이 시스템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모잠비크 방문은 교원양성과정의 효과를 평가함과 동시에, 이러한 구조적인 한계 속에서도 지속 가능한 변화가 실제로 가능한 것인지를 확인하는 기능도 있겠다고 생각하였다.

 

다행히 설문지를 담은 캐리어가 바로 다음날 도착했다. 교원들의 상급자와 동료들과 면담하며 교원들의 역량을 평가하고, 강의를 듣는 학생들의 수업 만족도를 조사하고, 몇몇 학생들을 선발하여 면담을 시행하기로 했다. 또한 기초의학 교수들에게 수업을 설계하는 법과 시험 문제를 출제하는 법에 대한 워크숍을 가지기로 했다. 아쉽게도 나는 이 과정을 참관할 수 없었다. 출장팀 모두 여행자 설사에 걸렸고 특히 나의 증상이 심해, 켈리마네 중앙병원의 소아응급실에 갔기 때문이다.

 

전력이 부족해 어두컴컴한 병원 안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진료를 기다리고 있었고, 일부는 의자가 없어 바닥에 앉아 있었다. 기다리는 사람은 많은데 처치를 받고 있는 사람은 드물었다. 응급실에서 환자의 상태를 평가하기 위해 꼭 필요한 기기도 보이지 않았고, 환경도 청결하지 않았다. 우리나라의 응급실과 사뭇 다른 모습에, 나는 정말 응급한 상태의 환자가 여러 명 오면 적절한 처치를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나는 응급실은 언제나 즉각적인 처치가 가능한 공간이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이다. 소아응급실을 방문하면서 나는 의료 체계에 대해 각 사회가 공유하는 전제가 다르다는 것을 느꼈다. 우리나라에서는 환자가 원하면 언제든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접근성이 전제되는 반면, 이곳에서는 제한된 자원 안에서 시스템이 유지된다는 것이 기본 전제로 받아들여지고 있었다. 이러한 차이는 의료 서비스에 대한 기대 수준뿐 아니라, 의료 체계를 바라보는 인식 자체가 다를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생각하였다.

 

모잠비크를 방문하며 여러 자원의 제약이 존재하는 환경에서 의료 체계와 의과대학 학생 교육 체계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자세히 관찰할 수 있었다. 이러한 문제는 너무나 복잡하고 거대해서 개인의 책임이나 역량으로는 해결할 수 없어 보였다. 각 개별 요소의 문제가 아니라 인력, 교육, 사회 기반 시설, 경제적 기반 등 다양한 구조가 연결되어 있어서, 단일 개입만으로는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매일 밤마다 어떻게 모잠비크의 공중보건을 향상시킬 수 있을지 고민했고, 왜 교수님들께서 다양한 해결책 중 "교원 양성"이라는 방법을 선택하셨을지를 모잠비크의 현재 모습과 연결해 보고자 했다.

 

모잠비크의 의료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적절한 자격을 갖춘 의료인이 있어야 하고 각종 검사나 수술이 가능하도록 하는 장비나 기기도 필요할 것이다. 보다 넓은 범위에서 생각하면 전 국민에 대한 보건위생 교육, 의료체계의 적절한 이용에 대한 교육 등도 필요하다. 범위를 더 넓히면, 이를 가능하게 하기 위해 주거 환경 개선 및 양질의 고용 창출, 상하수도 시설 정비나 도로 건설을 비롯한 공학적 역량 발전, 충분한 식량을 생산하거나 수입할 수 있는 기술력과 경제력 강화 등의 광범위한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한 개인이나 단체가 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각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잘 하는 일을 찾아야 한다. 특히 제한된 자원 내에서 가장 효과적인 개입 지점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이종욱 펠로우십 프로그램의 교원양성과정은 의학교육의 질을 개선해 좋은 의사를 양성하여 모잠비크의 의료역량을 향상시킨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을 것이다. 현지 교원이 자국 학생을 지속적으로 교육할 수 있어 외부 지원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자율성을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교육을 받는 학생들이 임상에서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의사가 되기까지 시간도 많이 필요할 것이고, 학생들과 교원들에 대한 제도적 지원이 충분하지 않아 인력이 유지가 될지 걱정이 된다. 또한 의학은 계속 내용이 바뀌어 꾸준히 지식을 갱신해야 하는데, 현재 교육환경의 개선이 없다면 교원양성과정의 효과가 지속 가능하지 않을 수 있다고 느꼈다.

 

하지만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문제가 산재해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옳기 때문에 행동한 사람들이 세상을 조금씩 더 나은 곳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제한된 조건 속에서도 옳다고 믿는 방향을 향해 지속적으로 개입하는 과정 자체가 변화를 만드는 유일한 방법일 수도 있다. 내가 관찰한 문제 중 무엇을 나만의 미션으로 삼을지 고민하고 있는데, Y교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해 주셨다. "토끼를 쫓는 사냥개가 된 것처럼 어떤 장애에도 굴하지 않고 너의 토끼를 쫓아야 한다. 처음에는 네 발 달린 짐승을 쫓는다고 생각해라. 쫓다 보면 털이 복실해지고 귀가 두 개 달리고 깡총깡총 뛰는 것이 된다. 역량을 갖출수록 토끼가 점점 구체화된다."토끼를 찾기 위해 나에게 필요한 것이 많다.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지식과 술기, 환자와 대화할 수 있는 역량, 다른 의료인들과 협업하는 태도처럼 당연한 것도 많고, 내 미션을 세우고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은 셀 수도 없다. 하지만 이전처럼 짙은 안개 속을 헤메는 것 같지는 않다. 다양한 나라에서 일하겠다는 막연한 상상을 구현할 바탕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번 실습에서 접한 의학교육도 국제보건의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지만, 나는 자원이 제한된 환경에서 응급의료체계를 운영하는 것에 대한 관심이 생겨 시스템적인 접근을 중심으로 한 역량을 갖추고 싶다. 그래서 모잠비크에서 보고 들은 모든 것을 동력으로 삼아, 이제 나의 토끼를 쫓아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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